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농촌에서 이뤄지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 효과는 낮고 오히려 이로운 곤충 피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면 애멸구·벼물바구미·끝동매미충 등을 일으키는 해충류는 11%가 방제되지만, 거미·톡톡이 등 농사에 도움을 주는 천적 곤충류는 89%나 죽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와 충청지역에 위치한 논·밭두렁 3㎡의 면적에 서식하는 곤충의 밀도를 조사한 결과, 총 8천164마리가 나왔는데 이중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해충은 908마리에 불과했고,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은 7천256마리나 됐다.
벼물바구미·애멸구와 같은 해충은 야산의 땅속과 논밭두렁 잡초 흙속 뿌리에 붙어 월동하기 때문에 불을 놓아도 잘 죽지 않고, 오히려 논두렁에 서식하는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만 태워 죽이게 되는 것이다.
또 논·밭두렁은 태운 지 60일이 지나야 식생과 동물상이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해 75일이 지난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한편, 올해 건조한 날씨와 봄 가뭄으로 발생한 산불 142건 중 51건(36%)이 논밭두렁과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로 이어졌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