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대한민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지난 16일 늦은 오후. 수원시 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50대 남성이 푸념했다.
K건설 현장소장으로 10년 넘게 일해 온 이모(56)씨.
그는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 오전 4시 집 근처 사우나를 찾았다.
이 곳에서 하루를 시작한 이씨가 가장 처음 만난 사람은 바로 세신사였던 중국인 30대 A씨다.
이씨는 “요즘 중국이 한국 사드 배치 문제로 ‘방한금지령’ 등 보복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중국인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우나를 마친 이씨는 다음 목적지로 인근 해장국집을 찾았다.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가장 처음 이씨를 맞이한 사람은 홀서빙을 하는 30대 중국인 여성 B씨였다.
매달 20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 B씨는 남편과 친인척까지 모두 8명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식사를 마친 이씨가 도착한 직장에서도 현재 잡부 등 상당수가 중국인이고, 점심 식사때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 온 남성 또한 중국인이었다.
이처럼 하루 반나절 동안 이씨가 만난 중국인은 10여 명에 달했다.
이씨는 “이제는 중국인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곳곳이 차이나타운을 방불케하고 있다”며 “박춘풍, 오원춘과 같은 흉악한 범죄자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우리 삶 속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의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귀속 연말정산 신고 외국인 근로자 중 중국국적 근로자는 19만8천 명(전체의 36.3%)으로 외국인 근로자 3명 중 1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급여액도 2천330만 원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연말정산 미신고와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할 경우 중국인이 한해 동안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돈만 수십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국부 유출’ 논란마저 일고 있다.
게다가 일부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가계 소득 규모가 이미 국내인 평균 소득을 넘어섰다는 분석 속에 ‘청년 실업난 주범’ 등의 지적까지 나오는 등 곳곳에서 노골적인 불만과 위화감마저 감도는 상태로 특단의 대책까지 요구되고 있다.
오후 6시 일을 마친 이씨는 늘 그랬듯 직원들과 회식을 하기 위해 수원 인계동의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을 찾아가는 길가에 모여 있는 중국인들과 거리 곳곳에 있는 ‘중국마사지숍’, ‘양꼬치전문점’, 식당 안의 상당수 직원들까지 한국을 찾아 돈벌이에 나선 중국인들은 이미 포화 상태로 한국은 이들의 ‘제2의 고향’이 됐다.
근심스런 표정을 짓던 이씨는 “가뜩이나 한국에서 조선족이나 중국인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지금 상황에서의 나온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상이 더 나빠질까 걱정”이라며 “이미 수출입은 물론 한국 내수까지 침탈해 국부유출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자존심을 건 대중정책이 시급해 보인다”라고 말했다./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