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문화원 일주일간 탐방
과천문화원으로 가는 길목인 주공 6단지에 들어서기만 해도 문화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난 2011년 6월, 과천문화원은 협소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던 별양동 옛 건물을 떠나 문원로 40-1 부지에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2천430㎡ 규모의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이 공간에서 10대들은 꿈을 노래하고 20대는 청춘을 즐기고 30~40대는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50~60대는 삶의 활력을 되찾고 어르신들은 말년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일상의 즐거움을 하나 더 보태고 있다. 이에 최근 일주일간 과천문화원을 탐방해 그들의 모습을 밀착 취재했다.
공간 협소해 별양동 떠나 2011년 6월 문원로에 새둥지
문화원서 16개 알찬 프로그램 운영… 시민 300명 참여
‘토토즐’ 타이틀로 어린이∼성인 대상 프로그램 열려
옥상 하늘정원엔 소나무 등 심어 수강생 쉼터로 ‘인기’
강의내용 “좋다” 입소문… 인근 강남·의왕서 원정수강
이곳에서 진행하는 문화학교 프로그램은 서양화, 매듭교실, 서예, 시조교실, 캘리그라피&꽃그림, 플로리시트 등 16개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만 300명이 넘는다. 특히 강의내용이 알차다는 소문에 인근 강남, 서초, 의왕 등지에서도 과천문화원을 찾아온다.
토요일은 ‘토토즐’이란 타이틀로 어린이와 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방송댄스, 음악줄넘기, 바이올린, 즐거운 생태교실, 힐링 골프, 아름다운 한글 궁체 등 18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생활한지교실엔 10여 명의 수강자들이 합지를 본드로 붙여 골격을 만든 후 꽃, 나비, 엽전 등 무늬가 새겨진 한복지를 오려 풀을 붙이고 코팅으로 마감 처리하느라 손길이 바빴다.
“생활한지는 소품 가구를 만드는 것으로 화장지 넣은 곳, 손거울, 보석함, 현대 약장, 쟁반 등 자신이 원하는 작품은 무엇이든 말들 수 있습니다.”
김숙영(44) 강사의 설명하는 말에 수강생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서툰 솜씨나마 정성들여 퍼즐 맞추듯 작품을 만들어갔다.
김현아(41·문원동)씨는 “기품이 서려있는 제품을 보고 나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이영순(46·부림동 7단지) 주부는 “집안에 비치해두면 품격이 한결 돋보이고 친구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아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지하 1층 넓은 강당엔 한국전통무용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 길을 한 눈 팔지 않고 걸어온 추혜경(47) 강사는 기본적인 발동작, 손 사위를 선보인 후 따라하는 수강생의 춤사위를 바로잡아주었다.
김성희(53·별양동) 주부는 “과격하지도 않고 부드러우면서 운동효과가 뛰어나 배우고 있다”고 했고 김환희(63·서초구 우면동)씨는 “나이에 맞는 취미로 어깨, 무릎에 무리가 없고 오십견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영상강의실 인문학 수업엔 강사가 스크린을 보면서 왕건의 통일대업 이룩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실내가 너무 고요해 인터뷰는 엄두도 못낸 채 조용히 지켜보다 살그머니 나왔다.
인문학은 15주에 걸쳐 고려시대 장례풍속과 농민의 한해살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차이, 팔만대장경에 새긴 염원, 몽고와 맞선 고려민중의 힘 등 32개의 주제를 진행한다.
강의내용이 너무 좋아 시간만 허락된다면 나도 듣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하 1층에서 열린 22명의 다트여성합창단은 가곡과 가요, 뮤지컬, 민요 등 모든 장르를 김현오(53) 강사의 지도아래 아름다운 화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옥주(49·강남구 도곡동) 주부는 “노래를 부르면 일상생활에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고 엔도르핀이 솟는 것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밤중 밝은 달은 온 누리에 비추고~’
높은 음과 낮은 음이 교차하고 때론 가성이 섞여 구성진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조교실은 깊은 산속의 정적을 깨우는 소리인 듯 했다.
“목을 잡지도 말고 누르지도 말고 평탄하게 이어가세요.”
유기범(30) 강사의 말에 초보자들은 무슨 뜻인지 알듯 말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경열(60·별양동)씨는 “아버님 시조를 40년 이상 듣고 살아와 나이 들면 나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시조를 읊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음 수양에도 좋다”며 예찬론을 폈다.
“기본 줄인 1번 코를 잡아서 2번 실 위로 올라가 링으로 들어와서 얼굴 쪽으로 지긋이 당깁니다.”
10여 년 전 무릎수술로 거동이 불편해 우울증을 심하게 앓자 의사의 권유로 매듭을 배웠다는 조용기(77) 강사의 8자 매듭 만들기 설명을 들은 기자는 두세 번 반복해 들었으나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매듭으로 매화꽃, 국화, 거북이, 옥수수, 핸드폰 열쇠고리 등 못 만드는 게 없다”는 말에 입이 떡 벌어진다.
두 번째 강의를 듣는다는 류순호(49·의왕시)씨는 “재미는 있는데 어렵다.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수강생 책상에 꽃이 그득한 플로니스트 교실엔 손병남(59) 강사가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예쁘게 만드는 방법과 절화관리법, 화분장식 요령 등을 주지시키고 있었다.
토토즐은 유치부부터 초중등,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행복한 발레, 방송댄스, 신나는 초등영어, 힐링 골프 등 2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수강생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토요일 한때를 즐기고 있다.
옥상 하늘정원에 소나무, 측백나무, 회양목, 단풍나무, 포도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주변이 탁 트여 수강생들이 쉼터로 이용하기 딱 알맞다.
“정조대왕 자주 찾은 과천관아 복원통해 과천 정체성 찾을 것”
이 용 석 과천문화원장
“과천관아 복원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정조대왕은 사도세자 능행 중에 온온사와 과천관아에 7~8차례 경숙하셨습니다. 이 같은 잦은 발걸음은 전국 지방에서 찾아보기 드물 겁니다”
과천문화원 이용석 원장은 취임한 지 올해 3월로 만 2년째 접어들었다.
그는 관아복원사업을 “정체성 구현을 위한 뿌리 찾기 일환”이라며 “현재 준비단계로 자문회의, 임원 회의를 여는 것으로 첫발을 디뎠고 건립 장소는 온온사 인근”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문화원 역할에 대해 “시민과 문화란 콘텐츠로 가교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2014년 기준해 자체 예산이 20~25% 줄어 모든 사업을 활성화시키지 못한 점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추사서예대전을 명실 공히 전국적인 행사로 정착시키고 싶었으나 예산이 받쳐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관내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으로 많은 인구가 외부로 빠져 나가 일부 프로그램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문화원이 진행하는 문화교실과 트토즐 프로그램은 어디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과천=김진수기자 k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