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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핫 플레이스 헌법재판소와 국무총리공관

 

 

 

연인들과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던 삼청동과 경복궁 일대는 요즘 집회장소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헌법재판소와 국무총리공관은 우리 시민들에게는 조금은 낯설었던 장소이다. 북촌한옥마을과 삼청동골목길이 사람들로 넘쳐나도 그 틈바구니에 헌법재판소와 국무총리공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들의 관심 밖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헌법재판소와 국무총리공관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헌법재판소는 안국역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걸린다. 헌법재판소가 지금의 위치로 옮겨온 것은 1993년이다. 헌법재판소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연암 박지원의 손자인 박규수 선생의 저택이 있었던 곳으로, 후에 선교사 알렌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병원인 광혜원이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대심판정과 소심판정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탄핵심판을 통해 익히 보아왔던 곳이 대심판정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의 수장은 헌법재판소장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6년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하는 일은 익히 경험으로 알고 있는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심판이다. 우리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2명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2013년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진행한 바 있다.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굵직한 일 외에도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판하는 위헌법률심판과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조정하는 권한쟁의심판,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 또한 헌법재판소가 담당한다.

헌법재판소에는 600살이 넘은 천연기념물 백송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유산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헌법재판소보다 이 백송을 답사하기 위해 드나드는 경우가 더 많다. 백송은 ‘V’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로 중국을 왕래하는 사신이나 지체 높은 집안에서나 가까이 할 수 있는 귀한 나무였다. 그래서 백송은 지체 높은 신분과 가문을 상징하는 나무였으며, 또한 ‘흰색 소나무’라는 것 때문에 순수하고 신성한, 그러면서도 선비의 높은 절개에 비유되는 나무이다. 어찌 보면 헌법재판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인 듯하다.

헌법재판소를 떠나 이번에는 삼청동에 자리한 국무총리공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국무총리공관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청와대와 삼청동길로 갈라지는 길목에서 삼청동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자리하고 있다. 국무총리공관은 조선시대 태화궁 자리였으나 일제강점기 경성전기주식회사 사옥으로 사용되었다. 해방 후에는 잠시 국회의장 공관으로도 사용되었으나 1961년부터 총리공관으로 쓰이고 있다. 본관과 별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별관이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삼청당이다.

역대 국무총리는 44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초대 국무총리는 청산리전투로 잘 알려진 이범석 장군이다. 최장수 총리는 제2공화국 시절 6년 7개월 동안 재임한 제9대 총리였던 ‘정일권’총리이다.

국무총리공관에는 수령이 300살 정도로 추정하는 천연기념물 측백나무와 900살 정도로 추정하는 등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본관에 위치한 측백나무는 왕자들을 위한 태화궁을 지을 당시 옮겨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중국 주나라에서는 소나무를 왕릉에 심은 것처럼 왕족의 무덤에 측백나무를 심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별관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등나무는 선비들의 관심을 받았던 측백나무와는 달리 소인배에 비유해 집안에는 잘 심지 않았던 나무이다. 아마도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햇볕이 잘 드는 좋은 자리를 쉽게 차지해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헌법재판소와 백송 그리고 국무총리공관 속 측백나무와 등나무, 애초에 이곳에 머문 사연은 각기 다르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묘한 관계가 사색의 산책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듯하다. 나라가 좀 안정되면 이 두 공간은 다시 활짝 열릴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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