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죽어가는 모… 농가 피해 현실화
“한달 전에 모를 심었지만 물이 없어서 모두 타죽어가고 있습니다.”
화성시 양감면 사창3리에서 20여 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예완해(46·이장)씨는 물이 없어서 갈라진 논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은 현재 40여 농가, 10㏊ 이상 규모로, 지난달 초쯤 모심기를 마쳤지만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저수지 물은 물론 하천물까지 모두 말라 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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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씨는 “갓 심은 모가 말라 죽어가고 있지만 물을 구할 방법은 전무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제 물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곳에선 마을주민들 간에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도 예씨와 주민들은 오전 일찍부터 식사도 거른 채 그나마 수로 등지에서 가끔씩 나오는 물을 받기 위해 양수기 수대와 양수호스 2~3㎞ 구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씨는 “화성과 안성은 물이 없지만 평택 진위천에는 아직도 물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루빨리 그 곳에 양수장을 설치해야 양감면 일대 수 백 여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봄 무더위에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으로, 극심한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물 부족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안성시 금광면 일대에서는 얼마 전 모내기를 마친 논이 물이 없어서 갈라졌고 벼는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누렇게 변해 모내기를 앞둔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김모(52)씨는 “소방차들이 와서 논에 부족한 물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있지만 그때 뿐으로 상황이 갈수록 심각하다”며 “이제는 주민 100여 명의 생활용수도 시에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가뭄으로 물이 없어 이렇게 고통받는 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한 관계자는 “모내기가 막바지 작업에 이르러 물 부족으로 인한 당장의 어려움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어 모내기 지연 및 추가적인 농작물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 “농업인들의 영농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일손돕기, 자금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도내 농업용 저수지 112개소의 총저수량은 1억7천64t이지만 현재 저수량은 6천67만여 t에 불과, 지난해보다 54% 줄어든 상황으로, 생활용수를 운반 급수로 받는 곳은 광주시 3개 마을(주민270명), 안성시 5개 마을(주민384명), 가평군 6개 마을(주민288명) 등 모두 3개 시군 14개 마을(주민 9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