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락
/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 정끝별 시집 ‘와락’ / 창비·2008년
‘와락’이라는 부사어에는 충만한 감정이 들어있다. 와락 울음을 터뜨리다 와락 달려들다 와락 엎어지고 넘어지고 쏟아지고, ‘와락’에는 갑작스러운 감정의 충돌이 들어있다. ‘와락’은 위태롭다. 안을수록 헐거워지는 너의 팔, 너로 해서 텅 비어가는 내 마음은 허공, 그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 자락….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