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이 손을 잡았다. 이들 세 도시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을 공동주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 도시의 시장들은 능행차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수원시와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정조대왕 능행차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222년 전처럼 한강에 배다리(주교)를 재현해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지나가게 만들었다. 이 배다리를 임금과 대신, 말을 탄 호위군사들이 건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서울에서 출발한 정조대왕의 어가 행차가 수원에서 묵은 후 화성시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건릉에서 마무리해야 하는데 화성시와 협의가 안됐는지 수원에서 끝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세 도시 시장이 한자리에 모여 2017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각 지역 자원을 최대한 공유·활용해 정조대왕 능행차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 세 지역의 협조가 안 이루어지면 정조대왕 능행차는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관계는 역사·문화·생활 등 모든 면에서 아주 가까운 이웃이지만 최근 화성시 매송면 종합장사시설과 수원군공항 문제 때문에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그럼에도 정조대왕 능행차를 위해 기꺼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협약에 따라 올해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시 융릉에 이르는 59.2㎞ 구간에서 완벽하게 재현된다. 수원·화성·서울시는 중앙부처·관련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능행차 재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행사 기획·홍보·마케팅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 행차엔 연인원 4천210명, 말 720필이 투입된다. 수원화성문화제를 주최하는 수원시에 따르면 첫날 창덕궁~시흥행궁 구간(21.24㎞)에서 행렬이 이어지고, 둘째 날에는 서울 금천구청~연무대 구간(26.4㎞)과 화성행궁~융릉 구간(11.6㎞)에서 능행차가 재현된다고 한다. 역사적 의의나 행차 규모, 거리 등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퍼레이드가 될 것이다. 화성시가 참여함으로써 1795년에 실시됐던 ‘을묘년 원행’ 전 구간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이 행차가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최고의 관광축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