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전 대표의 중도 낙마로 지도부 공백 사태에 직면한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본격적인 갈등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바른정당은 일단 “정기국회 중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는 어렵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지만,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바른정당을 이끌 임시 지도부 구성을 놓고 독자생존을 강조하는 자강파와 보수진영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내년 1월 중순께 전당대회를 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분이 동의했다”며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로 갈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지는 견해차를 더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른정당은 전날 개최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전 비대위를 가동하고,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를 이끄는 방향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의 직후 전체 의원 20명 중 18명이 모인 만찬, 즉 사실상 의원총회나 다름없는 자리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바른정당 최대주주이자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과 당 대선후보로서 자강파를 대표해온 유승민 의원이 ‘화합의 러브샷’하는 모습까지 연출됐지만, 정작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는 갈등을 빚은 모양새다.
김무성 의원은 만찬 말미에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고, 이종구, 김용태 의원 등도 ‘유승민 비대위 체제’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또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게 낫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지지하는 자강파는 낡은 보수와 절연한다는 바른정당 창당 정신을 앞세우고 있다.
실제 유승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즉생,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정치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면 저도 (비대위원장직을 수용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렇지만 통합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만큼 유 의원을 당 간판으로 내거는 ‘정치적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