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농산물시장이 도림고 인근으로 옮겨온다는 소식에 ‘학습권 침해’와 ‘지역학교 유지’라는 입장차를 보이며 지리하게 이어져온 학부모와 주민들간 갈등(본보 2016년 11월16일자·2017년 10월16일자 6면 보도)이 결국 서창지구로 이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교육청이 기존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해당학교 학부모와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해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도림고 이전에 대해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인근 지역인 주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도림고의 서창지구 이전 재배치에 찬성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9월 자체 실시한 도립고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도 87%가 이전 재배치에 천성한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다음 달 도림고 이전 재배치 계획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의뢰, 내년 3월 인천시의회 승인을 거쳐 5월부터 설계와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도림고 이전 논란은 인천시가 운영하는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이 오는 2019년까지 이 학교 앞으로 옮겨오기로 결정되면서 불거졌다.
농산물시장과 학교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약 80m 떨어지게 돼 차량 증가와 소음, 악취, 해충,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 악화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나왔다. 또 학교 인근에 남촌일반산업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수립돼 학교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시교육청은 도림고를 서창지구내 학교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도림고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간 의견이 갈리면서 남촌·도림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도림고 이전 반대 진정서를 시와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남촌·도림동은 초등학교만 2곳이 있고 중학교도 없는 데 하나뿐인 고등학교까지 이전하면 통학에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학교를 옮겨도 현 위치 반경 1.5㎞ 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시교육청이 수 년간의 원도심 초·중·고교 이전을 둘러싼 주민과 시의회의 반발을 이겨내기 위해 ‘주민 다수결’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내든 끝에 73%의 압도적 찬성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박융수 시교육감 권한대행은 “학교 이전 재배치 과정에서 학부모뿐 아니라 주민조사를 적용한 전국 최초 사례”라며 “학교를 옮기는 게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가장 나은 대책이라는 데 다수가 공감한 만큼 애초 약속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