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기운영 대행 미국업체
다단계방식 투자자 1만8천명 모집
2천억 최상위급 분배·해외 빼돌려
계열사 임직원 등 18명 구속
도주 美국적 한인 회장 등 7명 수배
박씨 “전산조작 사기인 줄 몰랐다”
2천억원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굴기 운영을 대행한 미국업체 임직원과 최상위 투자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인천지검 외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마이닝맥스’의 계열사 임직원 7명과 최상위 투자자 11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마이닝맥스의 홍보 담당 계열사 대표이사인 가수 박정운씨 등 3명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최상위 투자자 4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1만8천여 명으로부터 2천70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이닝맥스는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하위 투자자를 유치한 상위 투자자에게 추천수당과 채굴수당 등을 지급했다.
투자자들은 ‘일반투자자’부터 ‘1∼5스타’, ‘명예졸업자’까지 총 7개 등급으로 나눠 불렸고,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4스타’와 ‘5스타’로 다단계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던 최상위급 투자자들이다.
마이닝맥스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2천700억원 중 750억원만 채굴기 구매에 쓰고 나머지 돈은 계열사 설립자금이나 투자자를 끌어온 최상위 투자자들에게 수당으로 줬다.
1천억원가량은 임원진이 해외에서 보유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가수 박씨는 홍보대행 회사 대표를 맡아 올해 8∼10월 8차례 회사 자금 4억5천여만원을 빼돌려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 등을 받았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마이닝맥스의 전산 조작 사실은 알지 못했고 불법 다단계 사기인 줄도 몰랐다”며 “행사장에서 후배 가수들을 불러 흥을 돋우는 역할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닝맥스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전 세계 54개국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검찰은 나라별 피해자 수가 한국 1만4천여명, 미국 2천600여명, 중국 600여명, 일본 등 700여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검찰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도주한 미국 국적의 한국인 회장 A(55)씨 등 7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고, 회장 수행비서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이 해외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범행을 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도주자들을 계속 쫓는 한편 범행 가담자들을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수사 정보를 적극 제공하는 등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인천=박창우기자 p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