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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 정호승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중에서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니, 이 모순의 형용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희망은 앞날에 대한 기대이며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반짝이는 희망은 현재 시제 안에서는 실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나 결핍의 상태로 현재에 속한다. 언제나 미래 시제에서 살고 있는 희망은 ‘현재 시제’와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가 멀든 가깝든 희망은 ‘현재’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인은 이 시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뒷모습까지도 살피고 사랑하고 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안섶 솔기를 뚫는 바늘자국 같은 아픔을 사랑한다. 그래서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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