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겪었다. 다사다난했다는 수식어 그 이상으로 참담한 한해를 보냈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참담함도 있었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은 아직도 치유의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서로 대립하고 있다.
탄핵심판을 선고하기 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은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국론분열과 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화합과 치유는커녕 곳곳에 분열과 상처뿐이다.
불과 며칠 전 발생한 제천화재 참사는 설마가 키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의 지옥이 된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로 인한 죽음들.
저출산 타개를 위한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대목동병원에서의 신생아들의 죽음. 포항지진으로 인한 초유의 수능연기사태.
‘빨리빨리’와 밀집사육이 남긴 살충제 달걀 파동 등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우리는 경험했다.
인간의 탈을 쓴 ‘어금니 아빠’는 또 어땠는가.
밖으로는 북핵과 사드문제가 겹쳐 국제사회에서도 진퇴양난의 지경에 처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권은 대화의 단절로 계층 간 갈등만 키우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만을 거듭해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춰진 느낌이다.
가로막힌 소통은 국론마저 둘로 갈라놓았고 좌·우의 반목, 보수·진보세력 간의 대립도 심화됐다.
탄핵정국에서 각 정당은 갈라져 그 어느 해보다 서로의 이익에 함몰돼 국민을 실망시켰다.
경기침체로 인해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소외계층을 양산시켰고,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가속화되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은 아직도 미진하다.
세월의 무상함은 변할 수 없는 진리다.2018년 새해 아침은 또 그렇게 어김없이 밝았다.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아침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과 내일을 향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혼돈의 시대를 마감했으면 좋겠다.
서로가 화합하고, 골이 깊은 상처들을 치유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특히 6월13일에는 4대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 해인 것이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약하느냐 아니면 소모적인 갈등으로 또다시 정체 늪으로 추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새해 명심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동물이 아닌 인간이라면 지녀야 할 배려와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다.
나와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인식이다. 곧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절실하다.
자신이 존중받으려면 상대의 주장도 존중해야 한다.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갈등을 봉합하여 치유의 길로 가지 않는 한 혼돈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화합과 치유를 새해의 화두로 삼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자.
/이준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