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한국체대·삼성증권 후원)이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10일째 남자단식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을 세트스코어 3-0(6-4 7-6 6-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지난 22일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를 꺾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한 것을 넘어서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었다.
한국 테니스 선수가 호주오픈에서 4강에 진출한 것도 정현이 처음이다.
정현은 또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될 예정인 세계랭킹에서도 30위 안쪽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이형택(42·은퇴)이 보유한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 36위도 넘어설 전망이다.
4강 진출 상금 88만 호주달러(약 7억5천600만원)를 확보한 정현은 오는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사상 첫 메이저대회 결승진출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낮은 샌드그렌을 상대한 정현은 1세트 초반부터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1세트 게임스코어 1-1에서 샌드그렌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데 이어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내며 3-1로 앞서간 정현은 이후 착실히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6-4로 세트를 따냈다.
기선을 잡은 정현은 2세트에도 게임스코어 2-0으로 앞서가며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5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8위) 등 시드배정을 받은 톱 랭커들을 잇따라 연파하고 기세를 올린 샌드그렌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강한 서브를 앞세워 추격에 나선 샌드그렌에게 자신의 서브게임을 두번이나 브레이크 당한 정현은 결국 게임스코어 3-5로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정현은 곧바로 샌드그렌의 서브게임을 빼앗아 4-5로 따라붙은 뒤 자신의 서브게임을 따내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끌고갔다.
이번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타이브레이크 승부를 빼앗긴 적이 없었던 정현은 샌드그렌과의 타이브레이크 승부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타이브레이크 4-5로 끌려가던 정현은 이후 잇따라 3포인트를 따내 역전에 성공했고 2세트를 7-6으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2-0을 만들었다.
특히 타이브레이크 점수 2-2에서 나온 정현의 절묘한 백핸드 발리 위너는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운 1만 5천여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2세트 고비를 넘긴 정현은 3세트 게임스코어 2-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3-1로 달아났고 이후 서브게임을 주고받으며 게임스코어 5-3을 만들었다.
단 한 게임만 따내면 4강 진출을 확정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맞은 정현은 내리 3포인트를 따내 40-0을 만들며 손쉽게 승리를 확정하는 듯 했지만 한순간 방심해 40-40 듀스를 허용했다.
이후 정현은 샌드그렌에게 수차례 게임을 브레이크 당할 위기를 맞았지만 강력한 서브에 이은 포핸드와 코트 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로 경기 흐름을 되돌리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정현은 경기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마지막 게임에 대해 묻자 “사실 40-0(포티 러브)이 됐을 때 무슨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했는데 듀스에 이어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몰렸다. 일단 공을 상대 코트에 집어넣고 달리기 바빴다. 결국, 아무런 세리머니를 못했다”며 웃었다.
16강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어로 소감을 말할 기회를 얻은 정현은 “현지에서 응원해주신 한국분들은 물론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팬과 친구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아직 경기가 안 끝난 것을 알고 있다. 금요일에 다시 뵙겠다”며 26일 준결승전을 기약했다./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