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경향이 집약된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는 지난해 14회를 치르며, 난민, 젠더, 전쟁, 테러리즘 등 현대사회가 직면 문제들을 예술로 풀어냈다.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역시 지난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을 선보였다.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의 사진과 관련 기사, 팸플릿 등 대한민국의 현재는 예술과 만나 세계인과 소통했다. 날선 주제들이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기에 오늘날의 예술은 이같은 현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과거는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매향리도 그 중 하나다. 이 곳은 철새가 오갈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미공군의 폭격훈련장이 있었던 과거의 흔적은 여전히 마을의 공기를 무겁게 채우고 있었다. 마을 곳곳엔 빈 포탄이 널려있고, 밤이면 터지는 공포탄으로 하루도 편하게 잠든 적이 없었다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은 예전의 매향리 모습을 짐작케한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가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의 일환으로 꾸민 매향리스튜디오는 폭격훈련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던 매향3리에 위치하고 있다. 칠이 벗겨지고 인적이 드문 매향교회를 전시장으로 탈바꿈, 매향리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 현대사와 문화사의 아픔과 미래를 담은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 작품을 선보였던 이용백 작가는 사회에 만연한 불편한 진실을 예술적으로 풀어내 새로운 이야기로 창조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매향리에 집중했다.
이용백 작가는 매향리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한국적 모자이크’ 전시를 통해 매향리의 아픈 과거를 현재로 가져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추상적인 모양의 거대한 설치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란 제목의 작품은 대한민국 땅에 존재하는 DMZ부분을 3차원 조각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네이버 지도에서 군사적 기밀이라는 이유로 가려진 진실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벽면에 진열된 네 장의 드론 사진도 눈길을 끈다. 매향리 지역을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논과 밭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스텔스 폭격기의 그림자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매향리 땅은 어둡고 무서운 존재로 인해 평화로울 수 없었음을 사진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작가는 매향리 스튜디오 외관에도 디자인을 더했다. 무언가를 가릴 때 사용되는 모자이크 디자인을 활용, 숨기고 싶은 매향리의 과거들을 현재로 가져와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게 도와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가 어떻게 불편한 과거를 기억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매향리 스튜디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진다. 월~수요일 휴관./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