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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하늘의 사원, 환구단

 

 

 

덕수궁에서 길 건너편 조선 호텔 쪽을 바라보면 조그맣게 황궁우의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덕수궁에 이어 오늘은 대한제국의 상징이자 황제의 상징인 환구단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환구단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황제의 지위를 상징하는 곳이다. 황제는 새해가 되면 나라와 백성들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이 제사를 ‘기곡제’라고 한다. 기곡제는 숙종 9년에 사직단에서 대신 거행한 바 있다. 이후 정조대에서도 사직단에서 기곡제를 행한바 있다.

환구단이 이곳에 자리하게 된 것은 고종의 황제즉위와 맞물려서이다. 아관파천 이후 덕수궁으로 환어하시면서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연호를 ‘광무’로 정한 고종은 환구단의 설치를 명하셨다. 1897년 8월 환구단의 위치를 정하고 한 달여 만에 환구단은 완공되었다. 이렇게 완공된 환구단은 대한제국의 공식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천자(天子)의 나라임을 세계에 공표하는 상징적인 곳이었다.

덕수궁에서 환구단까지 이어질 황제의 행렬을 위해 군사와 순검들이 도열하였으며, 인근가옥에서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걸어 애국심을 드러냈다. 황제의 행렬 모습은 기존 행렬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는데, 첫째는 행렬 앞에 자리한 태극기이다. 태극기가 황제의 행렬을 리드한 것이다.

둘째는 황제의 의복이다. 황제는 이제 곤룡포가 아닌 황룡포를 입었다. 황룡포와 면류관을 착용한 채 금색으로 칠한 가마를 타고 행렬에 나섰다. 고종황제의 황룡포에는 가슴과 등, 양 어깨에 용무늬의 보가 장식되어졌는데, 가슴과 오른쪽 어깨에는 해를 상징하는 붉은 주를 등과 왼쪽 어깨에는 달을 상징하는 흰색 주가 용과 함께 수놓아졌다. 해와 달을 품은 황룡포를 착용함으로써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셋째는 군사들의 의장물이다. 군사들의 들고 움직이던 각종 의장물은 모두 황금색으로 새로 만들어 들게 했다. 태극기가 앞장서고 황룡포와 면류관으로 쓰고 황금색 가마를 탄 황제의 행렬은 한마디로 ‘황금물결’이었다. 환구단이 자리한 이곳은 원래 조선을 방문하는 중국 사신들의 숙소인 남별궁이 있었던 곳이다. 1897년에 처음 지어졌으니 나이로 치면 약 120살이 조금 넘은 셈이다. 그러나 120살이 넘은 환구단은 현재 자리에 없다. 환구단이 있었던 자리에는 지금 조선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 지어질 당시 환구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환구단과 천자의 신위를 모시기 위한 황궁우 그리고 동무와 서무를 갖춘 형태였다. 하지만 환구단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913년에 헐려나가고 그 터에 조선철도호텔이 세워지면서 지금은 황궁우만 남겨지게 되었다.

사라진 환구단은 옛 사진에서나마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그나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울역사박물관의 환구단 모형뿐이다.

남겨진 황궁우는 조선호텔의 각종 홍보 엽서에 등장한다. 마치 조선호텔의 일부인양 느껴진다.

현재 환구단에 가면 황궁우와 석고 그리고 정문만을 만날 수 있다. 황궁우는 태조 고황제를 비롯한 조상신의 신주와 하늘 땅을 다스리는 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정문은 우이동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42년 만에 극적으로 돌아왔다. 석고는 커다란 돌로 된 북 3개로, 고종즉위 40주년 기념 조형물로 1902년에 설치된 것이다.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사용하는 악기를 형상화 한 것이다. 고종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것은 비단 이 석고만이 아니다. 광화문사거리에 위치해 있는 기념비전 또한 고종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것이다.

일제강점기 환구단을 다녀간 외국인들은 이곳을 ‘하늘의 사원’으로 기억하고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바람은 한 겨울 못지 않게 매섭다. 그렇다하더라도 오늘은 덕수궁에서 천천히 걸어 환구단으로 향한다. 마치 고종황제가 국운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러 환구단으로 향했듯이 오늘 우리도 한걸음 한걸음 그 깊은 마음을 만나기 위해 환구단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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