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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세뱃돈 속에 숨겨진 문화유산

 

 

 

우리 고유의 설 명절이 지났다. 이번 설에는 아주 간만에 빳빳한 신권으로 세뱃돈을 받았다. 신권으로 받은 세뱃돈이 무척 마음에 든다. 세뱃돈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지폐의 색깔과 금액에 시선이 간다. 하지만 우리가 주고받는 이 세뱃돈에도 문화유산이 숨겨져 있다. 오늘은 세뱃돈 속에 숨겨진 문화유산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세뱃돈으로 받은 빳빳한 신권은 모두 1만원권이다. 1만원권의 앞면에는 세종대왕이 중심을 잡고 있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1960년에 모델로 처음 발탁된 세종대왕은 지금까지 약 58년의 시간을 지폐 모델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5만원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항상 고액권의 지폐모델이었다. 그런데 화폐 속 세종대왕의 모습은 실제 세종대왕의 모습이 아니다. 지폐 속 세종대왕은 표준영정으로 김기창 화백의 작품이다.

세종대왕 좌측으로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해와 달, 다섯 개의 산 등이 그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은 일월오악도로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조선시대 궁궐 건물에는 임금이 앉는 어좌 뒤에 항상 이 그림이 배치되었다. 심지어는 궁 밖 행차 시에도 별도로 챙겨갈 정도이니 임금님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해와 달은 임금과 왕비를 의미하고 다섯 개의 산은 금강산과 묘향산, 지리산, 백두산, 삼각산 등 오악을 의미한다. 좀 더 넓은 의미로는 오악은 왕이 다스리는 국토를 상징한다. 지폐 속 세종대왕 뒤에 자리하고 있는 일월오악도는 세종대왕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인 셈이다.

세종대왕과 연관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용비어천가이다. 지폐 속에는 일월오악도 위쪽으로 적혀 있는 한글 문구들이 바로 용비어천가이다. 용비어천가는 세종 때 만들어진 책으로 조선왕조의 창업을 칭송한 노래책이다. 중요한 것은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을 사용하여 만든 최초의 서적이라는 점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기에, 흘러서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 도다”라는 구절이 지폐 속에 담겨있다.

이제 1만원권 뒷면으로 가보자. 뒷면에는 과학과 관련한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혼천의이다. 혼천의는 지폐 뒷면 좌측에 자리하고 있다. 이 혼천의도 세종대왕과 관련이 있다. 혼천의는 ‘천체의 움직임과 그 위치를 측정하던 천문관측기’로 일종의 천문시계이다. 세종15년에 장영실과 이천 등이 최초로 만들었다. 혼천의는 첫눈에 보기에도 예사로운 모습은 아니다. 동그란 형태가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으로 해와 달, 별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종대왕 시기에 만들어진 혼천의는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

혼천의 오른쪽으로는 천체 관측용 망원경이 자리하고 있다. 영천 보현산 천문과학관에 있는 광학망원경이다. 이 광학 망원경은 지름이 1.8m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천체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으로는 ‘영천 시내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도 식별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혼천의와 보현산천문대 광학천체망원경 뒷 배경으로 별자리가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이는 천상열차분야지도로 돌에 새긴 별자리 그림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태조와 숙종 대에 만들어진 것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1천467개의 별자리가 새겨져 있으며 현재 국보 228호와 보물 837호로 지정되어 있다. 별자리의 별들은 그 크기가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인데 이는 별의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새겨 놓은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고구려의 별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천문도로 우리나라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천문도이다.

1만원밖에 되지 않는 지폐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유산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세뱃돈으로 받은 지폐의 색깔과 금액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유산의 가치를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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