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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교차로에서

교차로에서

                                        /김백겸

이정표가 있는 네거리에서 금강이 있는 대평리 벌판으로 갔더라면

안개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여주었을까

코스모스 꽃은 암호가 되고 대지는 숨 쉬는 고래처럼 에너지를 뿜는 풍경으로 산책길을 유혹하였을까

그날 아침

세계는 뮤즈의 꿈꾸는 눈을 하고 내 눈을 연인처럼 쳐다보았다

문명 감옥에 사는 내 정신은 그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습관처럼 세종시 아파트의 안락함으로 돌아왔다

무도회에의 초대를 거절한 남자처럼

지도를 잃어버린 마젤란처럼

- 김백겸 시집 ‘거울아, 거울아’ 중에서

 



 

우리는 지금 삶의 이정표를 습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고귀한 마음과 숭고한 정신이 눈에 보이는 안락함에만 갇혀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스모스가 우리에게 선사했던 설레는 기쁨의 암호와 대지가 보여주었던 생명의 환희는 어디로 갔는가. 어느 틈으로 우리의 신화와 전설과 유희마저도 빠져나가고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조만간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문명의 감옥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로봇이 인간을 닮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로봇을 닮아갈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의 의미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길을 잃고, 아름다운 뮤즈가 초대하는 생명의 무도회에는 더 이상 참석할 수 없을 것인가.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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