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방
/이승훈
당신의 방엔
천개의 의자와
천개의 들판과
천개의 벼락과 기쁨과
천개의 태양이 있습니다
당신의 방엘 가려면
바람을 타고
가야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아마 당신의 방엔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새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시학(詩學)의 권위자, 아방가르드 시인, 이승훈 시인이 작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 시단의 큰 별이 태어났던 별로 되돌아가신 것이다. 시인은 새처럼 날아서 ‘당신의 방’에 도착하였을까. ‘당신의 방’이란 도대체 어떤 장소이며 어떤 공간일까. 시인은 왜 ‘당신의 방’에 가고자 할까. 그리고 왜 죽을 때까지 갈 수 없다고 하는 걸까. 당신의 방에서는 곡식이 자라고 나무와 꽃과 풀이 우거져 있는 들판이 천 개 있으며 천 개의 벼락으로 언제든지 천지개벽이 가능할 수도 있다. 아니면 벼락같은 깨달음이나 진리의 충격에서 오는 천 개의 기쁨이 존재하는 곳, 게다가 세상만물에게 저마다의 생명을 부여해주는 천 개의 태양이 떠있는 곳이다. 한 마디로 ‘당신의 방’은 우리 인간에게 유토피아 같은 존재이며 모든 안식과 기쁨이 넘치는 공간이며 어둠이 없는 생명의 공간이라 할 것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