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인간의 감정의 흐름도 달라졌다. 보다 빠르고 긴밀하게 타인의 고통을 공유할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동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도 용이해진 것이다.
오는 6월 24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은 다변화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방식의 감정의 흐름에 대해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권혜원, 김다움, 함양아, 홍민키, 세실 에반스, 에드 앳킨스 등 13명(팀)의 작가들은 영상,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감정의 형태와 움직임을 포착한다.
또한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뱉었을 때 그것들이 모여 어떤 일렁거림을 일으킬 수 있는지 작품을 통해 전한다.
영국의 에드 앳킨스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불안한 감정이 어떻게 신체를 제어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쉭 소리를 내는 자’에 등장하는 남자는 CGI그래픽 기술로 창조한 남성 캐릭터로, 처연한 분위기의 방 안에서 슬픔에 고독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의한 심리적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권혜원 작가는 세계 각 지역에서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저항했던 집단이 시위현장에서 부른 대중가요와 구축한 바리케이트의 건축적 구성을 엮어 여덟개의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부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까지, 노래들이 불렸던 역사적 저항의 현장들을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전한다.
함양아 작가는 체육관을 통해 사회시스템을 은유한다.
바닥에 어지럽게 놓인 매트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 감독관처럼 의자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주위에 서서 이들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잠’ 작품에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충격때문에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던 함양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위기에 빠진 사회시스템을 마주했을 때의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전시와 연계한 퍼포먼스도 이어진다.
보얀 죠르제프 작가와 김남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함께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은밀한 매력’ 퍼포먼스가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며, 홍민키 작가는 사회적, 정치적 쟁점들을 반영한 스티커 사진을 찍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홍민키 작가의 ‘피피월드 오픈베타 서비스’는 3월 24일, 4월 7일과 21일, 6월 9일과 23일 오후 2시에 이어진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