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제 총부리 겨눌까 불안했는데 반갑고 속 시원”
대성동·통일촌 “군부대 통제 벗어나 마음대로 영농 기대”
횡산리 “이번엔 믿을만해…마을 분위기 분단이후 최고조”
통일전망대 찾은 팔순 실향민 “이산가족 상봉 기다려져”
‘비핵화’와 ‘종전’의 구체적인 방안 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합의 내용이 29일 공개되자 경기지역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사는 주민들이 크게 반겼고, 파주시 안보관광지에는 실향민과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우선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마을 김동구 이장은 “북한군과 마주하고 살면서 언제 총부리가 겨눠질지 몰라 늘 불안했는데 남·북한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종전’이라는 말이 나와 반갑고 속이 시원하다”라며 “농사지으러 갈 때 도 전날 군부대에 통보하고 다음날 군인과 동행해야 해 불편하고 불안했다. 앞으로 주민 스스로 영농 일정에 맞춰 마음대로 오가며 농사를 지을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인근 민통선 마을인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대북방송이 중단돼 마을이 조용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로, 잠을 못 잘 만큼 시끄러웠는데 이제 들리지 않으니 허전하고 어색할 정도”라며 “‘종전’과 ‘비핵화’라는 말이 자주 언급돼 주민들이 대체로 환영하지만 이전에도 기대했다 실망한 적이 있어 일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연천지역 민통선 마을도 반기기는 마찬가지다.
횡산리 마을 은금홍 이장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민들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마을 분위기도 분단 이후 최고조”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전해 듣기만 해 꽉 막히고 호전적인 지도자인 줄 알았는데, TV 생중계로 활발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것을 본 주민들이 이번에는 합의를 믿어 볼 만하다고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첫 주말인 28일과 29일 파주시 안보관광지에도 실향민과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실향민들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악수하던 모습의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를 기억한 채 서부전선 안보관광지를 돌아봤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주말 내내 수백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아직은 갈 수 없는 북녘을 향해 소리도 지르고 망원경을 이용해 강 건너 북녘을 한참을 바라봤다.
평양이 고향이라는 실향민 최영식(85) 할아버지는 “TV로 회담을 지켜보면서 하루빨리 고향에 가보고 싶다”면서 “8월 이산가족 상봉이 벌써 기다려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임진각은 물론 앞서 27일 정상회담으로 출입이 제한됐던 제3땅굴은 주말 내내 각각 수천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국내외의 쏟아지는 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임진각에서 만난 실향민 김호영(76)씨는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북한을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한편 29일 오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대외에 공개하고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을 확언한다”는 내용의 김 위원장 발언과 문 대통령이 환영하며 즉석 합의한 상황을 브리핑했다.
/지방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