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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6·25 한국전쟁과 우리

 

 

 

올해 새롭게 맞게 될 6월 25일을 며칠 앞두고서 새삼 과거의 기억들 속에 한참을 맴돈다. 성장기인 70년대 초등교육과정에서부터 80년대 대학학부 과정에 이르기까지 투철한 반공교육 속에서 커왔고, 전쟁위협의 긴장과 불안감이 잠재의식 속에서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유년기에는 6·25기념일을 앞두고 해마다 반공포스터, 글짓기와 웅변대회 그리고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을 부르짖는 반공궐기대회에 익숙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군복과 같은 유니폼을 전교생이 입고서 다음날 지역 군사령관의 시찰과 평가를 대비해 학생회장인 연대장의 “받들어 총”을 시작으로 분열과 사열 연습이 제대로 맞추어질 때까지 퇴근시간을 잊은 당시 교련선생님의 열의에 찬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대학 학부시절에는 부를 수 없는 노래들과 읽어서 안 되는 책들이 참으로 많았다. 때문에 금지된 것에 대한 동경과 그것의 짜릿한 자극은 당시의 활활 불타오르는 젊은 혈기들이 빨아들였던 기름이 되었고, 최루탄 연기 속에서 어떤 학기에는 휴강이 더 많았던 기억만큼 사회에 반항과 저항이 격렬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날 불심검문에서는 책가방에서 나온 ‘막스 뮐러’의 책을 보고서 “이거 빨갱이 아니야?”라며 눈알을 부라리며 ‘칼 막스’와 혼동한 형사의 위협에 난감했던 당시의 촌극도 오늘의 기억 속에는 맛깔스러운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반공과 불가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왔다.

지난 4월 27일에는 10년 6개월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판문점선언’과 함께 남북한이 단절에서 새로운 소통의 물꼬를 트며, 며칠 전인 6월 12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이 만나서 상호 합의문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첫 정상회담을 미국측의 표현대로 ‘프로세스(과정)’로 본다면 앞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과정과 체제보장의 협의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나아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은 그의 과거와 현재를 감지하게 하며 또한 예사롭지 않은 미래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인격을 높여주는 칭찬일색으로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임을 알렸다. 이로써 우리는 6·25한국전쟁 이래로 68년 만에 처음으로 겪는 변곡접선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를 두고 ‘우리’라고 정의할 때에는 두 가지의 ‘우리’라는 개념에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나는 동족상잔 이후 두 개의 국가로 나누어져서 공산화의 위기를,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노력과 희생으로 구사일생했으며 경제지원과 국제협력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며 이만큼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우리’이다. 이러한 우리 대한민국은 악몽 같은 38개월 동안 20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20만의 미망인, 10만의 고아와 1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비극에서부터 출발했고, 그 과정에서 헌신했던 호국보훈의 많은 국내외 희생자와 공로자들께 감사와 위로의 기념을 해마다 드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로 단기 4351년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우리’가 있다. 이 ‘우리’역사에서 가까운 과거의 불행은 35년 동안의 일제강점 기간이었다. 5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징용 당하며 군대와 일반징용에서 290만 명이 그리고 23만 명이 정신대에서 사망했다. 또한 그들의 잔혹한 민족말살과 식민지 수탈에 대항하여 국권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을 펼쳤던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울분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이 ‘우리’는 결코 나누어진 ‘두 개의 우리’가 될 것을 원하지도 예측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6·25기념일을 앞두고,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기대감에 앞서 우리는 과연 어떤 ‘우리’로서 가치관과 정체성을 정립해야할지 광개토 태왕,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그리고 김구 선생께 여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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