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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플레어스커트

 

 

플레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레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바닷물 흘러들었던 것일까



펄럭이다가 휘날리다가,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붙잡고

파도치는 치마 위에 얼굴을 묻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져야 하거나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고

내려놓아야 할 무엇 아프냐고,



낯익은 인기척 같은 저릿한 눈물이,

눈물을 짊어지고 북두칠성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저녁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였다



바다의 눈동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플레어스커트라는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나팔꽃처럼 퍼진 주름이 있는 치마’라고 나온다. 그래서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이나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는 표현이 플레어스커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찾아본 또 하나의 시어는 외옹치였는데 속초에 있는 바다였다. 속초 외옹치 바다를 보고 쓴 시였다는 생각에 바다와 치마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패션의 추구나 패션의 변화는 기분 자체나 기분의 전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보듬고 ‘파도치는 치마’를 입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지는 자세와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는 생각과 ‘내려놓아야 할 무엇’에 대한 반성적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저릿한 눈물’이 ‘부풀어 오르는 저녁’에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이기까지 한다. 감정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아 플레어스커트를 입는다. 특별히 외옹치산 플레어스커트를 골랐다. 아픔과 눈물이 스며들어 꽃무늬가 된 치마에 얼굴을 묻고 저릿한 눈물을 후련하게 흘리는 한 사람, 부디 당신이기를. /이종섶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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