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하다- 한국현대판화 60년’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9월 9일까지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 전시를 개최한다.
많은 작가들이 작업매체로 사용한 판화는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현대판화의 역사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120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현대판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망해보는 자리로 마련된다.
작품과 판재 사이에 존재하는 찍는 행위와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시는 ‘각인하다’, ‘부식하다’, ‘그리다’, ‘투과하다’, ‘실험하다’ 섹션으로 구성됐다.
각인작업은 판 아래에 이미지를 새겨 평면과 조각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깎임, 긁힘, 찍힘 등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 이 방식은 회화와 다르게 판 아래의 이미지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각인하다’ 섹션에서는 목판에 내면과 외부의 세계를 추상형태로 환원한 김형대, 김상구, 이승일, 주성태의 작품을 비롯해 동판에 풍부한 음영 변화를 부여한 김승연의 도시야경 메조틴트 작품
등이 전시된다.
‘부식하다’ 섹션에서는 산을 이용해 판을 간접적으로 제거시키는 방식을 소개한다.
금속 바늘로 형태를 새기는 에칭 방식으로 완성한 하동철 작가의 ‘빛 88-E4’를 비롯해 송진 가루를 방식제로 활용한 애쿼틴트 기법과 에칭 기법이 결합된 한운성, 이성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평면 위에 직접 드로잉을 해 찍은 작품들도 소개된다. ‘그리다’ 섹션에서는 1950년대부터 다색 석판화 작업을 선보이며 국내 판화의 대중화에 힘쓴 이항성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한국 추상화의 흐름을 선도해온 윤명로의 석판화가 전시된다.
‘투과하다’ 섹션에서는 판에 구멍을 내거나 섬유의 텍스쳐 사이로 잉크를 투과시켜 찍는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들을 소개하며 정통 판화의 개념을 확장한 실험적인 작품들도 마지막 섹션에서 선보인다.
정통 화단에서 판화로서 인정되지 않던 모노타입과 드로잉, 조각의 주조 기법을 이용한 캐스팅, 판화의 인쇄방식에 책을 접목한 아티스트북, 판화의 평면성을 극복한 혼합기법 설치, 디지털 프린트 등 판화 방식을 광범위하게 접목한 작업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와 더불어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한국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연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며, 작가와 함께 판화를 체험할 수 있는‘작가의 작업실’도 전시기간 동안 운영된다.
전시와 연계한 강연회도 다음달 24일 오후 3시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열린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판화의 전개와 부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한국현대판화 1세대 작가들의 예술세계부터 디지털 복제시대의 새로운 발상까지 예술가들이 판화라는 매체를 이용해 작업의 폭을 끝없이 확장시켜 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