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불편과 고통을 처리해주고 해결해야할 지자체들이 민원을 외면하고 있다.
이때문에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심지어 죽거나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뒷북행정을 일삼거나 아예 주민의 민원에 귀를 막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직사회가 아니라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진정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 죽어도 꿈쩍않는 이천시
이천시 송정동 풍산아파트 298세대 1천100여명의 주민들이 '교통사고위험이 있으니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며 3년동안 집단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천시가 이를 무시,초등학생이 교통사고로 숨져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시가 발주한 도로확장공사장 인근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초등생이 교통사고로 숨진이후에도 시가 육교나 횡당보도 등을 설치하지 않아 제 2,제 3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19일 이천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가 지난 2002년 1월 7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발주한 시도 15호선(송정동~증포동 1.2km 구간)도로확장공사는 지산건설이 공사를 맡아 금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로확장 공사구간은 안전시설과 안전요원이 미비해 '마의 사고지점'이 되고 있다.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하루 교통량 5천대의 이 구간에서는 올해에만 1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30분께 이모(11)양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과 100여m 떨어진 송정동 삼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도로를 건너기 위해 서 있었다.
이 양이 살고 있는 풍산아파트 앞 도로는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삼거리 횡단보도를 지나 공사로 인도가 없어진 도로공사장 100여m를 걸어야 했다.
파란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이양은 시내 방향으로 우회전하던 최모(43)씨가 운전하는 경기 78사80XX 경기여객 시내버스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최씨는 경찰에서 "횡단보도가 우회전 도로와 붙어 있어 이양을 볼 수 없었다"며 "차선이 좁은 왕복 2차선도로에 교통통제요원만 있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 양이 숨진 날 오후 2시50분에도 풍산아파트 앞 도로에서 화물차와 승용차가 4중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시는 초등생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에야 뒤늦게 현장조사에 나서는 뒷북조치로 빈축을 사고 있다.
주민 박모(44)씨는 "아파트 입구에 육교가 있었으면 이 양이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시가 아직도 안전유도원이나 사고위험경고판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또 다른 사고발생을 걱정했다.
한편 시는 주민들이 지난 2002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반상회등을 통해 시에 건의했지만 이를 무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 최모(37)씨는 "지난 2002년부터 3월중순까지 민원과 반상회를 통해 아파트 입구에 횡단보도나 육교를 설치해달라고 시에 요구했다"며 "그러나 시는 예산부족을 핑계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시 건설과 이종원(47)과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빠른시일내에 조치하겠다"며 "도로확장공사 설계에 과속방지턱, 신호등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주민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시공사인 지산건설에 지시해 위험경고간판과 안전유도원을 배치해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도로확장공사가 완료될때 까지 사고예방 차원에서 음주단속과 교통지도를 꾸준히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통불편에 귀막은 용인시
용인시 기흥읍 보라리 558번지 일대 민속마을 아파트 단지(쌍용,신창,현대모닝사이드) 3천643세대 1만2천여명의 주민들이 용인시에 버스노선을 확충해달라며 3년째 집단민원을 제기했으나 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경기도와 용인시, 주민들에 따르면 도와 31개 지자체는 교통체증, 환경보호, 에너지 절약 등을 이유로 '차량 5.10부제 운행', '자가용 함께 타기 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대중교통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직장이 수도권일대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서울, 수원, 성남 방면에 국한된 노선버스는 제구실을 못한다"며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아침 출근시간대에 버스를 타지 못하면 택시를 이용하거나 3개노선 외에 다른 지역에 직장이 있는 경우 2~3차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민속마을 내 쌍용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65)씨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 입시전문 H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6시께 서울 노선인 직행좌석버스 첫차를 타고 출근하기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씨는 버스가 결행되자 출근시간을 늦지 않기 위해 4만원을 주고 급히 택시를 타고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출근했다.
이씨는 "주민 1만여명 이상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고작 3개 노선이 말이되냐"며 "출.퇴근할때 자가용을 어쩔수 없이 이용하게 되는데 교통정책에 역행하느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 입주자대표 강환실(61)씨는 "시는 대중교통 편의도 고려하지 않고 난개발식으로 아파트 건축을 허가했다"며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항상 시의 답변은 '고려하겠다'로 일관해 왔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1만2천여명의 주민서명운동을 벌여 시에 강하게 항의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단지에서 2개의 노선을 운행하는 성산여객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대의 버스를 증차하겠다"며 "노선 확장은 수익성과 연계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시 도로과 대중교통담당 이형주씨는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추경예산에 시 공영버스 구입비를 반영했다"며 "교통불편이 해소될때까지 공영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