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힘
/서연우
은행나무 잎들의 사이가 멀어진다
열매는 햇살을 끄집어 당기고
초록 속에 숨어 있다 들킨
바람이 은행잎을 물고 번지점프 한다
은행나무 한쪽이 잠깐 빈다
나의 한쪽도 잠깐 빈다
내가 만든 시간이 아니라, 공전 중인
지구의 기울어진 시간 안에서
우리는 서로 내일의 밑받침
아무도 모르게 저를 키워 온
바닥을 뒹굴던 들통 속
말복 지난 습기가 가난해진다
다시 무언가 먹을 수 있다는 희망
알이 단단히 밴 감정으로 보송보송하다
가을이 소 눈처럼 맑다
- 서연우 시집 ‘라그랑주포인트’ 중에서
일상적으로 농작물을 비롯한 식물들은 빛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빛의 세기에 따라 잎들은 상하운동을 하며 빛을 훔치는 습관이 있다. 즉 한 줌의 빛이라도 더 흡수해가며 생장과 열매의 결실을 유도하는 현상이다. 시인은 은행나무의 생장부터 결실과정까지 세밀하게 관찰하여 자연과 식물의 조화를 시로 승화 시켰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쬐려고 잎들의 사이를 넓히는 과정, 감광성에 의한 잎의 상하 운동을 위험을 내포한 번지 점프로 표현을 했다. 이는 어쩌면 은행나무가 아닌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니의 일대기다. 모진 풍파와 고초를 이겨내며 아무도 모르게 나를 키워 온 우리들의 어머니!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힘’인 것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