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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서 2

 

 

 

지난 여행에 이어 이번 여행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떠나보자.

국립서울현충원이 자리한 곳은 조선시대 창빈 안씨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즉 국립서울현충원의 원주인은 창빈 안씨인 셈이다. 창빈 안씨는 궁녀출신으로 중종임금의 후궁이 되었다. 슬하에 영양군과 덕흥대원군, 정신옹주 등 2남 1녀를 두었다. 창빈 안씨의 둘째 아들 덕흥대원군은 선조의 부친이시다. 즉 창빈 안씨는 선조의 할머니이며, 선조의 할머니 묘소가 국립서울현충원에 자리해 있는 것이다.

장중한 느낌의 창빈 안씨 신도비를 지나 창빈 안씨의 묘역에 오른다. 곡장으로 둘러싸인 묘역은 엄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이곳은 천하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으로, 능침 앞으로 묘비와 장명등이, 좌우로는 망주석과 문무석인이 자리하고 있다.

창빈 안씨의 묘소 주변에 국가원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총 4분의 대통령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초대 대통령이셨던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현충원의 가장 높고 깊숙한 곳에 자리한 묘역이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은 육영수 여사와 나란히 조성되어 있다. 장례식 때 사용되었던 영구차도 전시되어 있다.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 묘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대중 대통령 묘역으로 가는 길에는 옆으로 도로가 보이고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웬지 더 친근한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서거하여 이 곳에 안장되었다. 지금은 홀로 잠들어 계시지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자랑스러운 대통령이시다.

이승만 대통령의 묘역은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와 합장묘로 조성되어 있다. 김영삼 대통령 묘역은 안장 당시 봉황알 같은 돌덩이들이 7개나 발견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길한 징조로 여기고 있다.

국가원수 묘역 주변에는 장군묘역이 자리해 있다. 제1·2·3묘역으로 나뉘어 있는 장군묘역에는 대한민국 전투조종사의 상징인 빨간마후라를 처음으로 착용했던 김영환 공군준장을 비롯해 베트남전과 6·25전쟁 등에서 전공을 세운 분들이 모셔져 있다.

장군묘역을 떠나 장병묘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현충원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장병묘역이다. 장병묘역은 장군묘역과 달리 묘비와 묘소도 소박하다. 그 소박한 묘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줄지어 있는 모양새가 살아생전 장병들이 열 맞춰 자리한 듯한 느낌이다.

그 많은 장병묘역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묘가 있다. 바로 채명신 장군묘이다. 장군묘역에 있어야 할 묘가 장병들의 묘비와 똑같은 모습으로 장병묘역에 자리해 있다. 채명신 장군은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영웅으로 ‘생사를 함께한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1평짜리 사병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장군이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낮춰 장병묘역에 안장된 것은 현충원 설립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묘비 주변으로는 유독 꽃다발이 많이 놓여있다.

봉분도 없이, 장식 없는 묘비에 한 줄로 새겨진 이름이 전부인 1평짜리 사병묘와 달리 잔디로 정돈된 봉분과 멋드러진 묘비가 시선을 끄는 장군묘역은 8평짜리이다. 또한 현충원의 대통령묘역은 80평이다. 그래서 ‘죽어서도 계급차별’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향후 모든 묘지 면적을 1평으로 통일하자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충원에 오면 죽음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살다가 가야’ 잘 살다가 간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살다가 문득문득 무료한 일상이 펼쳐지거나 ‘이렇게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면 현충원에 한번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연출된 삶이 아닌, 진정 나를 위한 삶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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