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억대 물품 사기를 치고 여자친구와 지인의 돈까지 뜯어낸 대기업 연구원이 수사를 받던 도중 해외로 도주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경기 오산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다 미국으로 도주한 전직 국내 대기업 연구원 홍모(31)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가전제품을 직원가로 저렴하게 사주겠다’고 글을 올려 총 47명으로부터 1억8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홍씨는 실제로 2천5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주문한 뒤 일부에게 보냈지만 정작 대리점에는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홍씨는 또 여자친구를 상대로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당시 여자친구 A씨에게 “미용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회사의 겸직 감시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투자금을 회수하면 결혼하자”고 속여 25차례에 걸쳐 6천200여만원을 송금받았다.
또 A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4천600여만원 상당의 중고 컴퓨터를 구매 후 현금화했다.
지난달 A씨는 홍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홍씨는 다른 지인 2명을 상대로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7천2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홍씨는 지난달 미국으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으로) 도주 전까지만 해도 파악된 피해 규모가 적어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출국금지 조처를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홍씨의 여권을 무효조치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 절차를 밟고 있다.
/오산=지명신기자 m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