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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강성은

철따라 노예들은 귀가 커져간다

주인들은 바닥까지 흘러내린

노예들의 귀를 잘라 발에 던져놓는다

노예들은 천천히 자신의 귀를 꾹꾹 밟아준다

한겨울에도 밭에선 크고 탐스런 옥수수들이

붉은 머리를 풀고 주렁주렁 달려 있다

-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 창작과 비평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화려한 가난의 옷을 입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고 있다. 한 때는 ‘웰빙’이라는 상표에서 지금은 ‘힐링’이라는 상표로 등록 되어진 삶의 가치관을 앞세워 자신도 모르게 가난의 근성을 숨기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럴수록 화려한 외피를 걸치는 데 급급해져 가는 거리엔 마른장마가 한창이다. 비어 있는 깡통에서 흘러나오는 콜라 한 방울에 달라붙는 개미들의 행렬처럼 보이지 않는 갑질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잘라 밟아 버리는 풍습이 생긴 마을에 ‘붉은’ 옥수수밭이 강물처럼 출렁인다./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