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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세수하는데 뜬금없이 손마디가 따끔거린다. 얼른 손바닥을 살폈다. 왼손 새끼손가락에 상처 자국이 있다. 이게 어디서 생긴 상처야? 급히 연고를 바르고 일회용 밴드를 붙이면서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아침마다 오르는 뒷산 나뭇가지 생각이 난다. 나는 요새 산에 오르면 나무둥치에 붙어있는 죽은 나뭇가지를 꺾어주는 버릇이 생겼다. 가지를 꺾을 때의 손맛이 괜찮다. 또 말끔하게 정돈된 나무들의 모습이 마음에 차서 버릇처럼 나뭇가지를 꺾는다. 아마 그러다가 손가락에 상처가 생긴 모양이다.

그러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부터 괜히 신경이 쓰인다. 손에 물을 묻힐 때도 조심스럽고 웬만해선 그쪽 손으론 물건을 들기도 싫다.

겨우 눈에 띌만한 상처 하나로 볼 때마다 마음이 쓰인다. 이게 언제 다 나으려나…? 하고 말이다.

상처는 하룻밤을 자고 나니 거의 다 나았다. 그래도 마음이 쓰인다. 내가 손가락을 들여다보고 있자 옆에 있는 친구가 웃는다.

“상처도 아닌 걸 가지고 엄살은” 그래, 이 정도는 솔직히 상처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일까? 나의 마음이 그만큼 옹졸해졌다는 말인가? 손가락의 상처 하나로 이렇게 안달복달하는 걸 보면 나도 실소가 나온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상처가 이러할진대 보이지 않는 상처는 오죽하랴? 마음속의 상처 말이다.

우리 부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시로 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그냥 주고받는 말들 가운데 이상하게 켕기는 말들이 있다. 괜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들, 까맣게 잊었던 마음의 상처를 불러일으키는 사소한 말들이 자주 일어난다. 그럴 때는 토라진다. 마음의 상처가 되어 며칠을 혼자 꽁꽁거린다.

마음의 상처가 깊을 때는 며칠을 두고 서로가 말을 삼간다. 그냥 마주치는 얼굴도 싫다. 상대방이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돌이켜보면 그런 마음의 상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받는 상처가 이러할진대 내 남편이 받는 상처는 오죽할까?

어디 그것이 남편뿐이던가. 내 아들, 딸들에겐 평생을 두고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았을까? 내 친구들에겐, 내가 일하는 직장의 동료들한텐 또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주었을까?

그들 상처받은 마음에 연고를 바르고 일회용 밴드라도 붙여주었으면 좋을 텐데…. 그런데 사람 마음속은 들여다볼 수도 없다.

얼마 전 나는 나의 청춘을 바친 직장을 그만두었다. 매월 원고 청탁하고 편집 배열 교정을 보면서 월간지를 엮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출판을 겸하다 보니 각종 단행본은 물론 행사 진행 등 잡지사의 일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실수도 있고, 피치 못할 일도 있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늘 상처가 있다. 그 자리에 관리자로 있을 땐 오는 사람마다 허리를 굽신거리더니 그 자리를 떠나기가 무섭게 뒷담화를 해댄다. 남을 헐뜯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열등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못난 존재로 남을 깎아내리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자. 지금 내 손가락에 나 있는 이런 작은 상처라도 남기지 않게 말과 행동을 정말 조심하자. 다짐하면서 손가락에 감긴 밴드를 떼어내 본다. 이제 다 나았다. 그런데 내 마음속의 그 많은 상처들은…? 나는 여전히 상처가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