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를 가릴 것 없이 전국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둘러싸고 노·사는 물론 노·노 간 극심한 갈등을 빚자 노·사·정이 협약까지 했지만 개선은 전혀 없어 무용지물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일선 현장에서는 막무가내 일자리 요구는 물론 공사 방해 성격의 집회 등으로 일촉즉발의 아찔한 대치까지 벌어지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5시30분쯤 고양의 한 오피스텔 신축 현장 앞에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방송차 15대를 끌고 나타나 “민주노총 조합원을 고용한 만큼 한국노총도 고용해달라”고 요구하며 공사장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현장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5명과 비노조원 60여명이 지난 5월 중순부터 일하고 있는데 이날 근무하기로 돼 있던 작업자들은 입구가 막히자 집으로 돌아갔고, 화물차 등 장비도 되돌아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17일 양대노총 건설노조 및 종합·전문건설협회와 ‘건설산업 상생과 공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사정 협력 약정서’에 합의하고, 공사 방해 등 불합리한 관행 근절에 나서기로 했지만 공사를 막고 노조원 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는 여전하다.
실제 지난 주말은 물론 9월 내내 군포와 오산, 하남, 성남, 평택 등 도내 아파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건설현장 곳곳에서 각기 다른 건설노조가 추가고용을 요구하며 많게는 수백명씩 집회를 이어갔고, 지난 20일 수원 광교신도시 내 한 건설현장에서는 건설노조 간 마찰을 우려해 경찰이 대기하는 웃지 못할 일마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최근 도내 한 공사현장에서 일부 건설노조원들이 ‘공사장 내 무인타워크레인에 노조원 고용’을 요구하며 공사 종료시간까지 장비 진입을 막아 공사가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일명 ‘짱깨노조’라 불리는 중국동포·중국인 등의 ‘외국인 건설노조’ 등 외국인 노동자 고용 증가로 내국인 건설노동자 일자리 잠식의 현실화로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한국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가 근본원인인데, 외국인 노동자가 잠식하며 부족해진 일자리를 두고 노사 간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6월 노사정 협약 이후 사측과 정부가 외국인 채용을 합법적으로 더 늘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갈등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이런 집회를 ‘공사 방해’라지만 우리는 외국인을 쓰더라도 고용절차를 지켜 합법적으로 하라는 취지”라며 “다만 일부 현장에선 노조원들도 하루하루 고용이 달린 일용직 노동자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작은 곳은 무인타워크레인으로 작업해 노조의 공사 방해 등을 피해 갔지만 최근에는 무인타워크레인까지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신고나 고소를 하면 현장에 더 차질이 생겨 할 수 없이 이들에게 돈을 주거나 고용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고 했다.
한편 굴착기·덤프트럭 등 건설 기계 27개 업종 개별 사업자로 구성된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의회는 “건설사의 갑질 횡포, 일부 노동단체 소속 건설기계의 불공정 행위 등 모든 적폐를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박건·김현수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