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우려해 각급 학교의 행사와 체험학습 등이 잇따라 연기되거나 사실상 취소되면서 애꿎게 피해를 보는 사설 체험학습장들이 존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경기도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인천 내 36개 학교가 인천 강화도 등 돼지열병 발생지로 갈 예정이었던 체험학습 일정을 연기하거나 학습 지역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열병 확진 농가 5곳이 몰려 있는 강화군내 인천시학생교육원은 10월 11일까지 잡혀 있던 체험학습장 4곳의 교육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강화교육지원청은 10월 10일 개최예정이던 푸른미래 강화교육 축전을 잠정 연기했다.
또 인천시교육청 잔디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573돌 한글날 기념 문화축제도 전격 취소됐다.
경기도도 상황은 비슷해 연천교육지원청은 이미 학교내 행사를 교장 재량으로 연기 여부 결정을 했고, 지역 내 6개 학교는 이달 말까지 예정된 운동회와 체험학습 등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파주교육지원청과 김포교육지원청 역시 각각 교육지원청 차원의 학생예술축제와 육상한마당 등을 무기한 연기하고, 학교 행사나 현장체험학습을 교장이 연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도교육청이 지난 5월부터 추진해 온 평화통일 숙박형 체험학습 역시 차질을 빚어 10월과 11월로 예정된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와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10여건의 체험학습 모두 연기됐다.
이처럼 학생들의 교외 활동을 줄여 ASF 확산 우려를 덜어보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각급 행사와 체험학습 등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사설 체험학습장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등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번지고 있다.
도내 한 체험학습장 운영자 김모(61)씨는 “김포에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난 23일부터 각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확체험을 위해 1년간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다 버리게 생겼다”며 “지난해 구제역 때에는 바이러스가 사람에 의해 간접전파가 된다고 해 체험학습장들이 나서서 일정을 취소했지만 ASF는 감염경로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 잇따른 취소 결정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습장 운영자 임모씨는 “대부분 체험학습이 9∼10월에 몰려있어 이 시기에 일년 수익을 얻는데 체험학습 취소로 인해 학습장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경영상 타격이 크다”며 “체험학습이 ASF 확산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의 공문은 ASF 안정 시까지 체험학습을 연기해달라는 내용이지 취소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체험학습 취소 등 여부는 상황에 따라 학교장의 재량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창우·김현수기자 khs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