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7 (토)

  • 흐림동두천 0.1℃
  • 맑음강릉 6.6℃
  • 박무서울 1.1℃
  • 박무대전 2.0℃
  • 맑음대구 2.4℃
  • 맑음울산 6.9℃
  • 구름많음광주 3.9℃
  • 맑음부산 8.5℃
  • 흐림고창 1.3℃
  • 맑음제주 10.1℃
  • 맑음강화 -1.1℃
  • 흐림보은 0.2℃
  • 흐림금산 -0.4℃
  • 맑음강진군 2.3℃
  • 맑음경주시 -2.0℃
  • 맑음거제 4.1℃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유산(遺産)

 

 

 

유산(遺産)

/김윤환

평생 한 남자에게만 속내를 허락한 아내의 젖은 눈

말없이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턱수염

그 곁에 여전히 슬피 웃으시는 영정속 어머니

낡은 책상위에 졸고 있는 1963년 개정판 성경책

무심히 떠나가는 벗들의 손 인사

저기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글쩍이다만 시답쟎은 시 한 소절

흘러간 노래 한 소절

-김윤환 시집 ‘이름의 풍장’ / 애지·2015

 

 

 

 

유산이 있다는 것은 살아온 흔적이 있다는 것이리라. 사람에게 주어진 숙제는 흔적을 물질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기나 우주 속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처럼 어느 날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펴는 벗들의 이마 위나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질 수 있다면, 문득 떠오르는 시 한수가 시인의 유산이 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설레이는 일이겠는가. 시인이라는 이름도 수십 길 지하에 은 암반수처럼 수많은 곡괭이질을 마친 후 솟아나는 한 접시 냉수 같으니 더는 욕심내 꿈꿀 일도, 못 다하여 속상할 일도 없으리라는 시인의 가벼운 유산을 본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