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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고래와 식민지 조선… 역사는 반복된다

‘문제의식·문학적 성취도 면에서
또 다른 경신 이뤘다’ 평가 받아
멜빌의 ‘백경’과 견주어 볼 만
세계사·한국사 모순 낱낱이 꿰어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쓴다는 것은 인류사적 자산이다.

톨스토이, 헤밍웨이, 스타인벡, 제임스 패럴 등 많은 작가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의 진실을 드러내기에, 우리는 위대한 작품을 읽다 보면 기존의 인식관이 달라지고 세계관이 전변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아이러니를 깨달으면서 정신적인 성장을 꾀하게 된다.

이 점에서 문학은 인간을 파헤치고 규명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영구성을 지닌 일종의 보고(寶庫)이다.

‘붉은 장미’는 지금까지 한국 문학이 다룬 주제를 비롯한 문제의식, 문학적 성취도 면에서 또 다른 경신을 이뤘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한국 문학에는 이와 같은 성과가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바로 보는 올바른 시각과 세계악에 맞서는 문학적 대응에서 비롯된다.

또 작품의 우수성은 다루고 있는 주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대적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는 생생함은 독자들의 의식을 저 대륙의 밑바닥으로부터 융기한다. 특히 고래잡이 대목에서는 그 적나라함에 전율마저 인다. 고래잡이를 다룬 소설로 한정해 본다 해도 멜빌의 저 ‘백경’과 견주어 볼 만하다.

그러나 작품은 단순히 고래잡이를 통한 대자연과의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세계사와 한국사의 모순을 낱낱이 꿰고 있다. 물론 그 속에서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주역이 되는 인간 군상들의 삶의 투쟁까지 아우른다.

게다가 중의적 상징은 웅장한 역사의 비장미까지 갖추고 있어 울림을 더 한다.

이에 작품은 무엇보다 압축된 형식으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문학으로 확고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학예사이자 훗날 동 박물관 관장까지 된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의 나래이션은 작품을 소개하며 알려주는 기능을 띠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래이터 자신이 변화를 겪게 되면서 이 작품은 더욱 세계사적 인식의 지평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붉은 장미’에서 지속적으로 묘사하고 또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머슨 부인이라는 존재나, 동물의 각피를 벗겨 보존하는 박제 작업, 벨로이트 록 강에서의 레프팅 사고 등은 그 행위 너머에 중의적이며 현재성을 띤 상징들이 끊임없이 개입돼 있다.

특히 온몸에 따개비가 달라붙은 귀신고래와 일제에 의해 강제 병합된 지 2년이 지난 1912년의 조선이라는 상징적 함의(含意)는 이 작품이 왜 뛰어난 문학적 반열에 올라야 하는지 충분히 짐작케 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