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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만든 건 평범한 사람들

‘엘리트는 우릴 대변하지 않아’
그들이 진보를 반대하는 이유

 

 

 

지난 2016년 세계 정치사에는 이례적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반대를 넘어서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사건이고, 하나는 정치의 변방에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사건이다.

그리고 그 두 사건을 해석하는 데 가장 빈번하게 쓰인 단어가 ‘포퓰리즘’이다.

그 배경에는 두 선택 모두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선택이고, 이성을 가진 시민들이 차분히 결정하였다면 그런 선택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나 오는 202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두 사건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 의회의 난맥상 속에서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로 의회의 무능함을 입증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는 좌충우돌하는 가운데에서도 높은 재선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기성 중도 좌우파 정당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며 양극단에 위치한 대중주의적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한편으론 세계 곳곳에서 혐오와 불신의 정치가 확산돼가고 있다.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으로 표출된 현상을 그저 시대와 동떨어진 ‘비정상’이 돌출된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앞으로 펼쳐질 정치 격변의 시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의 진짜 이유를 파헤친 역작 데이비드 굿하트의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원제: The Road to Somewhere)’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중도 좌파 성향의 언론인으로 활약해 온 저자는 이런 현상이 엘리트 중심의 정치 영역에서 소외돼 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지역에 기반한 중하층 노동자를 일컫는 ‘섬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비단 영국과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서유럽 전반에 퍼지고 있으며, 한국 사회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진보적인 의제에 반대하거나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이들’로 몰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지한 상호 이해에 기반 하지 않고서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뿐이라는 게 이 책의 교훈이다.

따라서 책은 영국 사회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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