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게 침을 함부로 퉤퉤 뱉는가 하면 악착같이 돈을 벌겠다고 궁상떠는 엄마. 길가에 버려진 구질구질한 가구를 집으로 끌고 들어오는 엄마.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때밀이)로 일하면서 계란 값 하나 때문에 손님과 서로 머리 끄덩이를 붙잡고 싸움을 벌이는 억척같은 엄마. 착하고 무기력해 더 답답해 보이는 아빠를 생활력이 없다며 거침없이 구박하는 엄마.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20대의 나영(전도연). 그는 아름다운 기억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가족의 냉혹한 현실을 보면서 "그 사람들 누구도 부모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고 애인에게 말한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모습이 옛날에도 똑같았을까.
오는 25일 개봉하는 `인어공주'는 딸과 엄마의 진정한 화해를 모색하는 훈훈한 가족 영화다.
이를 위해 영화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파격을 감행한다. 고물 무선송신기와 편지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교류를 시도했던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아예 과거로 엄마를 찾아가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나영이 어렵게 얻은 뉴질랜드 연수를 포기하고 갑자기 집을 나간 아빠를 찾아 엄마, 아빠의 고향인 '하리'라는 섬마을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나영은 믿을 수 없는 판타지 같은 상황과 대면한다. 나영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스무살 시절의 엄마 연순(전도연).
그녀는 현실의 밉살스런 엄마와는 달리 해물부침개 하나라도 마을 주민과 나눠먹을 정도로 정이 넘치는, 맑고 순수하며 씩씩한 해녀. 마을 최고 실력의 물질에다가 집안일, 밭일, 뭍으로 나간 동생 뒷바라지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랑스런 여인이다.
그녀는 섬마을에 소식을 전하는 23살의 우편배달원 진국(박해일) 앞에서 가슴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는 사랑에 빠져 있다.
나영은 수줍음 많고 싱그러운 젊은 시절을 살고 있는 스무살 나이의 엄마 연순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차츰 현실의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짜증과 미움이 포용과 사랑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영화는 현실의 딸 나영과 스무살 시절 엄마 연순의 1인2역을 연기하는 전도연에 크게 기대고 있다. 카메라는 한시도 전도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쫓아간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성공적인 것 같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전도연의 물오른 연기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전도연 스스로 "'인어공주'가 지금까지 내가 보여주었던 연기에 방점을 찍는 '내 연기의 종합편'같은 영화"라고 밝혔듯이 이 영화에서는 전도연의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연기력이 빛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초연기도 영화의 감칠맛을 더한다.
젊은 시절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아빠 진국으로 나오는 박해일과 현실의 엄마로 출연하는 고두심, 그리고 어린 시절 외삼촌으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강동우의 능청맞은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영화에는 특히 웃음을 절로 나오게 만드는 유쾌한 상황과 눈물샘을 자극하며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가슴 뜨거운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110분의 상영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현재 엄마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딸이라면 오랜만에 엄마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엄마와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아로새길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수중장면을 필리핀 세부에서 찍은 것을 빼고는 80% 이상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촬영됐다.
장편 데뷔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추었던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두번째로 만든 영화다. 전체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