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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마음 다공증

마음 다공증

/김청미

누가 내 속을 알 것이오 가난한 집안 큰 메느리로 들어와 핵교도 안 간 막내 시누이 새끼보담 더 신경 써 벤또 싸주고 빤스까지 내 손으로 빨아줌서 손꾸락 까딱 안 허게 귀허게만 대접혀 시집보냈드마 잊을만 허면 전화혀서 당신이 혀준 것이 뭣이냐 삿대질허는 날이먼 심장이 벌렁거림서 가심도 답답허고 찬바람이 돔서 멀쩡허던 삭신이 주저앉을 거 맹키로 아프다니께 참말로 몸뚱이도 그라지만 내 맘이 숭숭난 구멍은 세도 못할 것이여

손꾸락 뽈 힘도 안 냉기고 아등바등 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여

- 시집 ‘청미 처방전’ 중에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아무리 애를 써서 잘 해주어도 결국은 그 노력들은 헛수고가 되고 어떤 때는 오히려 배신을 당하는 수도 있으니 그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시인은 현직 약사다. 시누이에게 서운했던 마음을 안고 할머니가 약국에 온다. 약국에 와서 한바탕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조금은 서운했던 마음이 풀어졌으리라. 가슴 한켠으로 찬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할머니의 푸념을 끝까지 들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여주고 손이라도 잡아주는 그것이 시인이 처방해주는 가장 좋은 조제법이다. 마음으로 얻은 병은 많은 약을 먹는다고 해서 나을 병이 아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해야 한다. 시인도 알고 할머니도 이미 알고 있다. 할머니는 약국으로 약을 사러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온 것이다. 명의는 약만으로 고치지 않는다.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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