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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조롱은 어떻게 찬사가 됐나

 

 

 

요즘 인터넷 밈(Internet Meme) 혹은 밈(Meme)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밈이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1976년 그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도입한 단어로, 유전자의 영향 없이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해지는 문화적 특징이나 행동 유형을 뜻한다. 아울러 인터넷 밈은 밈의 하위 개념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무작위적으로 모방, 변형, 복제되는 형태를 말한다.

1일 1깡.

비는 올해 ‘깡’으로 대중들에게 강제 소환 당했다.

양준일을 위시한 속칭 탑골 가요의 음원 역주행과는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각종 뮤직비디오 패러디가 쏟아지면서, 3년 전 노래 ‘깡’이 순식간에 인터넷 밈으로 자리 잡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 다소 과장된 춤과 넘쳐나는 자의식을 표현한 시대착오적 가사에 등을 돌렸던 대중들이었기에, 지금의 이 현상은 더욱 묘한 감정을 자아낸다.

요즘 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 80년대의 최고의 스타에서 어느 순간 홀연히 모습을 감춘 가수가 생각난다.

바로 릭 애슬리(Rick Astley)이다.

당시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바나나라마(Bananarama),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 등 잘나가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프로듀스했던 팀 SAW의 피트 워터맨(Pete Waterman)에게 발탁된 그는, 1987년 첫 번째 앨범 <Whenever You Need Somebody>를 발매하고 ‘Never Gonna Give You Up’을 시작으로 ‘Together Forever’같은 곡들이 영미권 그리고 유럽 차트의 1위를 기록하며 데뷔 후 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두 번째 앨범 <Hold Me In Your Arms>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고, 수많은 히트 싱글을 만들어내며 명실상부 최고의 가수의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세 번째 앨범 <Free>부터 그간 그가 보여줬던 팝 댄스 스타일이 아닌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서서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갔고, 1993년 발매된 네 번째 앨범 <Body and Soul>을 마지막으로 그는 돌연 은퇴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10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가진 후 2001년 5집 앨범 <Keep It Turned On>으로 복귀하고 활동을 시작했으나, 이전의 인기를 되찾지는 못했다.

컴백 후 몇 장의 앨범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조용히 잊히나 싶던 찰나에, 2008년 네티즌들은 릭롤링(Rickrolling)이라는 인터넷 밈으로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릭롤링이란 웹 링크를 클릭했을 때 원래의 정보가 아닌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의 뮤직비디오로 연결되는 일종의 낚시와 같은 유인 행위였다. 이는 어마어마한 인터넷 유행이 되었고, 20년 전의 구식 유행가는 조롱의 상징 그리고 놀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릭 애슬리는 불쾌해하기보다 오히려 릭롤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긍정적인 자세로 대처했고, 이는 훗날 그의 50세를 기념하며 2016년 발매된 앨범 <50>이 29년 만에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저 과거 뮤직비디오 속 팝스타가 아닌 현재 릭 애슬리의 모습을 릭롤링이라는 인터넷 밈을 통하여 젊은 세대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릭롤링의 우스꽝스러운 놀이의 매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진지한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지금의 비의 대처는 릭 애슬리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다.

TV에 나와 자신의 밈을 같이 즐기며 오히려 전성기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또 다른 밈의 타깃이 누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