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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의 경기돋보기]다산의 ‘하피첩’ 채워넣기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차를 좋아해서 호를 다산(茶山)이라 하였고 한강을 의미하는 열수(洌水)라고도 했다. 혁신군주 정조(1752~1800)는 10살 후배 정약용을 중용했다. 다산은 정조를 보좌하면서 한강에 배 다리를 건설하고 1793년 31세 나이에 화성을 설계했다. 현재의 경기도청이 자리한 팔달산에 화성을 축성하는 공사를 총괄했다. 거중기라는 과학적 장비를 활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다.

다산은 평생동안 저술에도 힘을 기울여 492권을 집필했다. 이중 ‘일표이서’라 불리는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를 통해 군주권의 절대성과 우월성을 내용으로 하는 왕권강화론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세유표(1817년)는 행정기구의 개편을 비롯한 관제, 토지제도 등 모든 제도의 개혁원리를 제시한 정책서이다. 흠흠신서(1819년)는 저술한 형법서다. 죄수에 대해 신중히 심의하는 欽恤(흠휼) 사상에 입각해 재판하라는 뜻으로 관리들이 참고 할 수 있도록 지은 책이다.

목민심서는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해배(解配)되던 해인 1818년에 완성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사서를 비롯해 치민(治民)과 관련된 자료를 뽑아 수록함으로써 지방관리들의 폐해를 제거하고 지방행정을 쇄신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이 책속에서 ‘해관’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퇴직을 앞둔 공직자나 직장인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최근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하피첩은 다산이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쓴 글씨첩이다. 하피첩은 2010년10월에 보물 1683-2호로 지정됐다. 부인이 보낸 치마에 종이를 붙여 만든 것으로, 아들인 정학연과 정학유에게 보내는 편지글 등이 담겨있다. 하피첩이라는 이름은 첩(帖)을 만들 때 사용한 홍씨의 치마를 비유한 것으로 ‘노을빛 치마로 만든 첩(帖)’이란 뜻이라고 한다.

하피첩 서문에는 ‘아내가 보내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잘라 작은 첩을 만들고, 경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준다’는 글이 적혀 있다. 본문은 선비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삶의 태도 등 아들들에게 교훈을 줄 만한 내용이다. 하피첩은 행서(行書)와 행초서(行草書) 등 여러 문체로 쓰여있어 정약용의 전형적인 행초서풍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하피첩은 12×16㎝로 작은 수첩 크기다.

이처럼 소중한 역사인 하피첩은 정약용의 후손들이 남양주 생가에서 보관하다 6·25 전쟁 당시 분실되어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2005년 수원에서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의 손수레 위에서 사라지기 하루 전에 발견됐다. 다음날 폐휴지 더미에 던져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이처럼 민간소유로 돌아다니던 하피첩이 2006년4월 방송 프로그램 진품명품에 나왔고 깜짝 놀란 전문가들이 1억원으로 평가했다. 2015년 9월 국립민속박물관이 옥션경매에서 하피첩을 7억5천만원에 낙찰받았다.

하피첩의 일부 내용을 소개해 본다. 병든 아내가 치마를 보내 천 리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부쳤는데 오랜 세월 홍색이 이미 바랜 것을 보니 서글피 노쇠했다는 생각이 드네. 잘라서 작은 서첩을 만들어 그나마 아들들을 타이르는 글귀를 쓰니 어머니 아버지 생각하며 평생 가슴속에 새기기를 기대하노라.

다산은 18세기에 태어나 18년간 벼슬길에 올랐고 18년동안 유배를 갔다가 1818년에 해배되었다. 고향인 남양주 한강변으로 돌아와 여생 18년동안 저술에 힘쓰다가 1836년에 별세했다. 2016년에는 다산서세 180주년 추모제향이 남양주시 주관으로 기관단체장, 다산의 8대손과 종부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했다.

이제 다산의 생애와 역사가 있는 남양주시에서 다산의 하피첩을 이어가야 한다. 잃어버린 4첩의 내용이 궁금하다. 알 것 같은데 글로 쓰이지 않는다. 남양주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한시 백일장을 열어야 한다. 비어 있는 하피첩 네 번째 글의 자리를 원로들의 지혜와 집단지성으로 채워야 한다. 아마도 애국심과 효심, 사랑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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