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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통일사색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간 월드컵축구 예선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진 바 있다. 당시에는 북한이 국제관례와 우리를 무시한데서 비롯된 일이라는 등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렇게 어색했던 무관중 경기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로야구가 무관중으로 경기를 시작했고 프로축구 등 다른 종목도 뒤를 잇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사회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가와 구호를 함께 부르며 경기를 즐기는 대신 관중석에는 응원인형이 있고 팬들은 경기장 대신 중계방송을 스마트폰이나 TV를 통해 보고 있다. 출퇴근과 사무실 면대면 협의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로 변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대면 현상은 IT정보화시대에 효율적 생활양태로 예상되었는데 산업화시대 관습에 억눌려 있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며, 앞으로 코로나 이전(BC)과 코로나 이후(AC) 시대로 구분될 것으로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남북관계에도 미칠 것이다. 우선 대규모 인원 밀집 행사, 예를 들어 많은 관중이 참여하는 스포츠 경기나 대규모 집단체조인 아리랑공연 관람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변화한 일상에 적응하는 상황을 보면서 엉뚱하지만 통일 분야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는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통일 분야에서 코로나19는 아마도 1980년대 후반 동구 공산권 국가 변화에서 출발한 동서 냉전구도 약화와 함께 우리사회 민주화로 북한 인식이 ‘뿔달린 괴물’에서 같은 민족인 ‘대화협력 상대’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토대가 되어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됐고 이 틀내에서 민간부문 통일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점 이후로 합법적으로 정부 승인을 받고 공개된 장소에서 북한사람과 만나고 해외여행 중 북한식당에 가는 일이 이제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통일분야에 있어서는 이미 코로나19가 일상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듯이 남북관계도 적대적 대결구도에서 교류협력을 통한 상생구도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비록 ‘정경분리’, ‘남남갈등’ 등 논란은 있었지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서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력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상황은 여전히 뿔달린 괴물 시대의 남북관계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 이유는 북한이 여전히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2018년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제시하면서도 2020년 현재 ‘핵무장력’ 강화와 국제사회와의 ‘정면돌파전’을 얘기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체제를 압살하려 한다고 하면서 ‘정치군사 우선’ 입장과 ‘미국 우선과 통미용남(通美用南)’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후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면서 남북관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을 이유로 ‘사실상 화를 청하지 말라’고 하면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후 개설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사보장합의서 파기를 위협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답답한 상황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에서도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를 ‘압살’하려고 한다는 북한의 상황인식은 여전히 30여년전 냉전적 인식에 머물고 있다. 지금의 국제사회는 체제 이념이 다르더라도 상호 개방하고 교류 협력하고 있다. 북한과 전통적인 혈맹관계인 중국과 우리는 체제이념이 다르지만 관광과 제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력하고 있다. 이념이 다르더라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일상적인 교류협력을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표방하는 북한 지도부는 ‘과거의 냉전적 인식과 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북한 체제를 압살하려는 국가는 없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길로 나올 수 있도록 때로는 압박하고 때로는 격려하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을 버리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새로운 길’을 걷기를 바란다. 한중 국민들이 베이징과 서울을 방문하듯이 남북한의 주민들이 상호 방문하면서 관광하고 사업협의를 하는 그 날이 ‘일상속의 통일’이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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