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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책집 수원선경도서관, 책 읽을 맛 난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품에 안고 있는 수원은 슬로건이 휴먼시티(human city)다. 인문도시 수원답게 지역 곳곳에 25개의 아담한 도서관이 잘 갖춰졌다. 그 가운데 대표 도서관 격인 선경도서관이 지난 4월 27일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이름 그대로 선경(현재 SK그룹)에서 지어서 기부채납한 도서관이다. 수원시 도서관 중에서 가장 도서관다운 도서관이며 본부다. 팔달산 중턱에 있어 분위기가 매우 좋은 자리다. 책읽기에 저해되는 요소가 별로 없어 안성맞춤이다. 45만851권의 다양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에 개관한 도서관에 비교해 시설이 낙후되어 이용자의 불만이 쌓여왔다. 그 선경도서관의 숙원이 말끔하게 풀렸다.

선경도서관이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 생활SOC 지원사업인 노후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돼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사업비는 국비 4억 원, 시비 6억 원을 합쳐 10억 원이 투입됐다. 생활SOC(social overhead capital) 즉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여가·건강·환경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작년 연말까지 임시 휴관한 가운데 진행된 보수공사로 확 달라졌다. 통합형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도서관은 책집이다. 뜻 있는 집을 따지자면 책집이 그 중 앞자리다. 책집으로부터 문화가 시작되고 책으로부터 교양이 켜켜이 쌓이기 때문이다. 선경도서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들 혼(魂)을 살리는 영혼의 집이다. 설립 당시부터 근무한 노영숙 관장이 앞장서서 리뉴얼 작업을 통해 전혀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기존에 칙칙한 느낌을 주던 사인(sign)들을 모두 제거하고 도색과 인테리어 가구를 새롭게 바꿨다. 도면을 보고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꼼꼼히 동선(動線)을 파악했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어디에 어떤 사인이 필요한지 확인도 잊지 않았다.

기존에 별도로 운영하던 2층 공간에 있는 문헌정보실, 디지털 자료실 등을 통합하여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고 컴퓨터도 이용할 수 있게 배치했다. 책을 꽂아두는 서가(書架)를 한 곳으로 모아 재배치하고 곳곳에 이용자 편의를 위해 테이블을 두고 조명을 설치하여 미관(美觀)도 한껏 살렸다. 책상에 앉아 독서 장면도 휴대폰으로 찍을 수 있게 코너를 마련했다. 리뉴얼 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했구나하는 생각을 머금게 한다. 선경도서관은 수원학 특화자료가 눈에 띈다. 수원학 관련 원문DB자료, 수원화성관련 고서(古書)와 관련 논문, 성곽구성 요소 등 수원화성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각계 전문가들의 기증도서 코너도 그 가치를 높인다. 전국 어느 도서관에도 없는, 선경도서관만이 소장한 귀한 자료들이 이용자들을 반긴다. 이 분야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수원은 어느 도시보다 상세한 자기 역사를 유산으로 간직한 도시다.

리뉴얼 된 2층에는 ‘수원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펼친 도서공간도 마련됐다. 정조의 서재, 지역작가 서재, 이달에 만나는 시, ‘이달에 만나는 책’ 등과 같이 코너별 이름을 달아 이용자가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특별공간을 배치했다. 이밖에도 수원의 미래를 주제로 ‘함께 읽기’ 코너와 평생학습도서코너에는 어른 동화, 한국방송통신대 교재, 큰 글자 도서 등이 갖춰져 있다. 120여개 지방정부에서 발간되는 지역도서도 한 눈에 만날 수 있다. 대형 투명 유리로 둘러싸인 열람실은 공간이 넓어 책읽기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간 3층은 도서관인지 북카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눈에 거슬렸다. 마치 옛날 1990년대 그대로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들 정도로 칙칙했다. 리뉴얼 후 확 바꿨다. 수원학코너에 장서관리도 분야별로 가지런하게 잘 정리되었다. 책집인 도서관에 책은 조용히 쌓여 있지만 이용자에 의해 걸어다닌다. 책은 이용자에 따라 쓰임새의 방향이 어디론가 잡힌다. 교양이 보듬어지는 책은 이용자의 발걸음이 흐르는 곳에 함께 간다.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 부족하기에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운다. 그 잠재력은 독서에서 나온다. 책은 나를 키워주는 친구이자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도서관은 코로나19로 또 문을 닫았다. 예약에 의한 도서 대출은 가능하다지만 리뉴얼된 확 트인 선경도서관을 맘껏 오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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