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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 올라갈까요 찌르르 / 김효선

깎아지른 비탈에 서 있는
저 손을 잡아 평지로 끌어 올려주고 싶다
통증으로 무뎌진 가지마다 햇빛이 찌르르
잠든 사이 전생이 터널처럼 지나가버리고

 

세상에 없는 사람을 지나칠 때면

흙의 표정을 읽게 된다 소멸하지 않는 찌르르처럼
어디쯤엔가 뻗은 발등을 밟는 것 같아서

 

때죽나무오색딱따구리새끼노루귀복수초비자나무산담굼부리돌탑졸참나무참나무죽은비둘기옆마른덤불은 죽음까지 친절한 찌르르찌르르

 

소리 없는 죽음은 바닥보다 깊고 단단해서
수직 동굴에 돌멩이를 던지자
무심했던 사람에게서 욕설이 튀어 나온다
기어이 절망을 돌아보게 만든 금기의 찌르르라고

 

가장 힘든 순간 무너지지 않으려고 숨을 참는 돌탑처럼

 

찌르르 찌르르 종일 말뚝에 매어 있는 
왕이메오름이 오름에서 달아나려 애쓴다


■ 김효선 : 1972년 제주도 서귀포시 출생. 200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해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2018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시와 경계』 문학상과 『서귀포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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