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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신비로운 워드프로세서

1980년 초로 추정되는 어느날에 경기도청 문서계에 요즘 표현으로 택배상자가 도착했다. 과학기술부장관이 IBM에서 직수입한 컴퓨터(워드프로세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로시로서는 다리를 치료받은 제비가 강남에서 가져온 호박씨앗을 심어 열매 맺은 흥부의 박처럼 보였을 박스안에서 나온 것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번쩍거리는 신문명 기계였다. 텔레비전(모니터)도 있고 네모난 프린터기도 있고 타자기의 자판을 닮은 키보드가 펑하는 스티로폼 연기와 함께 짠하고 나타난 것이다. 접수 담당자는 이 기계를 통계부서로 배정했다. 기계의 상표에 적힌 computer이라는 단어를 콘사이스에서 찾아 ‘계산하다’라는 설명에 근거한 소관 배정이었다.


기계를 받은 통계부서의 적극적인 공무원이 영어사전을 찾아가면서 기기를 연결하고 수차례 도전끝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종이위에 출력하였다. 그리고 월보와 분기보고서 요지를 이 기계로 작성했다. 결재를 하시던 실장님은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보고서 요약서를 인쇄하여 첩부하는 것은 낭비가 아닌가?” “돈 내고 인쇄소에서 작업한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라는 기계에서 출력한 것입니다.” “그러하다면 이 기계는 통계부서보다 보고서를 많이 작성하는 기획부서로 옮겨야 할 것이 아닌가!” 장비는 즉시 통계팀에서 기획팀으로 이사했다.


여의도에년 6주간 교육을 받았다는 담당자가 배치되었다. 어느날 오후에 기획팀장은 담당자에게 보고서 1매를 한자혼용으로 주문하자 50분만에 출력해왔다. 다시 한자를 수정하고 오타를 바로잡은 후 재작성을 주문했다. 밖에 나가서 저녁먹고 돌아와 1시간 후에 실장께 보고드릴 생각으로 일어서는 순간에 직원이 다시 출력물을 가져왔다. 50분 걸린 일을 5분만에 다시 작성했으니, 조금전에 게으름을 피운 것인지, 지금 스피드를 낸 것인지 당황스러웠다. 담당자가 설명하는 ‘기계속에 한글과 한자, 글자가 저장된다’는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퇴직하셨다는 이야기가 경기도청 주변에 전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문자보내고 수신여부를 전화로 확인하는 답답함도 젊은이의 몫이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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