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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계란 1개#크기와 무게

어느 날 혼자 사는 자취방에 계란 2판이 있었다. 업무차 출장을 갔다가 동네 양계장에서 계란이 싸다고 해서 사온 것인데 혼자서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그래서 큰 솥에 물을 올려서 삶았다. 삶은 계란 2판을 들고 출근하여 5층 의회사무과장 책상에 보자기째 올려놓았다.


출처를 알리기 위해 명함을 붙였다. 오전 10시쯤 의원님께서 삶은 계란을 맛있게 드셨다며 전화를 주셨다. 의회사무과 과장님이 의원님실에도 전했던 것. 삶은 계란을 먹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4층, 3층 순으로 본청내 각 부서에 삶은 계란을 전했고 용기있는 동사무소 공무원이 SNS를 통해 ‘우리 동에는 언제 오는가?’ 질문을 한다. 그래서 10판 300개를 사서 구내식당 가마솥에 삶았다. 식당 담당자의 협조와 인근부서 2명의 지원을 받았다. 승용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계란을 싣고 각 동을 한 바퀴 순회했다. 이후에는 환경사업소, 보건소, 차량등록사업소를 돌았다.


계란을 받은 동료 공무원들이 SNS를 보내오고 지금 먹고있다며 단체사진을 올리고 셰프사진을 편집하여 보내주었다. 지금도 그 사진을 SNS계정의 사진으로 쓰고 있다.


어린시절 1965년 경 아이들에게 있어 계란은 부의 상징이었다. 도시락 쌀밥 위 흰판과 노랑으로 동심원을 그려온 부잣집 아이들이 부러웠다. 할아버지께서 일부러 반만 떠드신 계란찜 종재기 바닥을 긁어먹던 손자의 행복을 기억한다.


당시의 계란 하나는 연필, 지우개, 도화지 몇 장을 사고도 거스름돈을 받았던 일을 58년생 개띠 전후의 세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 국민(초등)학생들은 운동부 체력보강을 위해 반별로 날짜를 정해 날달걀 한개씩 학교에 가져갔다.


그리고 최근에 삶은 계란 한 알을 받으면서 시청공무원으로서 소속감을 느꼈다는 말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삶은 계란을 맛있게 먹었다며 인사를 건네는 현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도 계란 1알의 크기인가 생각한다. 삶은 계란처럼 우리의 삶도 둥글게 모나지 않게살고, 작아도 가치있는 계란처럼 우리의 인생도 값지게 살아야겠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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