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4일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살해된 고(故) 김선일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 목소리로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김씨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뒤 테러단체와 직접적인 협상채널을 찾지 못한 것을 `무능함'으로 규정했고, 이라크 교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분노에 가까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의원들은 특히 외교통상부가 이달 첫째주에 김씨의 피랍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는 AP통신 보도와 관련, 청문회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문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기대했던 석방교섭이 실패로 끝난 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고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며 "우리당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진상을 규명, 드러나는 사실에 따라 엄중한 문책도 있어야 한다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또 "정부가 무장단체와 접촉 루트를 제대로 잡지 못해 무능함이 드러났다"고 비난한 뒤 "이미 2차례에 걸쳐 이라크 현지에서 한국인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는데 교민관리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미국이 한국정부에 김선일씨 납치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 "미국과의 협조 체제 개선책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은 "김선일씨 석방노력 과정에서 많은 혼선이 있었다"며 "정부의 정보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대 아랍 외교역량과 관련, "외교부에 아랍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는가"라고 물은 뒤 "인터넷 시대에 한국을 홍보하는 아랍어 홈페이지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정부의 안일함과 미숙함에 의한 외교실패 사례이고, 현 정부 외교의 근본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맹 의원은 테러단체가 김씨에 대한 살해 위협을 가한 직후 정부가 파병철회 방침이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협상의 ABC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비외교전문가들이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맹 의원은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처장은 북한 연구만 한 분인데 국제관계 실무를 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NSC는 이종석 처장 혼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는 이헌재 총리직무대행의 답변에 대해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외교분야의 인적쇄신을 건의할 생각은 없느냐"고 따졌다.
이 총리대행은 "그렇지 않아도 국가혁신위 등에서 외교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