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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군자불기 대기만성

음식은 담긴 그릇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작은 양의 스프를 큰 접시에 담아주는 양식의 멋스러움이 있다. 갈비탕은 냉면 그릇보다는 질그릇에 담아주면 먹음직스럽다. 냉면을 해장국 그릇에 담은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같은 밥이라도 안성유기에 담기면 고급스럽고 대중음식점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평범한 스테인레스 그릇속의 눌린 밥은 생동감도 없고 식고 굳어서 식감이 떨어진다.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형태가 고정된 그릇과 같지 않아서 모든 분야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자는 모든 이들과 소통한다는 의미로 풀어 본다. 요즘시대에 군자를 풀어보면 언론인, 특히 기자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 사는 분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입장과 위치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언론이야말로 군자불기를 실천한다. 이처럼 언론인, 그중의 기자들은 사회적으로 소금,목탁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어렵기만 한 상대다. 정치 초년생들도 언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더불어 대기만성(大器晩成)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그릇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그릇을 오래 쓰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많다. 59세에 퇴직하는 공무원이나 50대 초반 임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하여 개인사업체를 차려야 하는 기업의 이사들도 그러하다. 그릇을 잘 만들어 놓고 쓰임새에 맞게 활용되어야 한다. 왕의 옥쇄로 호두를 깨먹는 장면을 영화에서 보았다. 용처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일할 수 있는 역량과 경륜을 갖추고 떠나가는 대기(大器)들이 잘 활용되도록 하는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공직이든 기업이든 적재적소(適材適所)가 또한 화두다. 제대로 자리을 정해주는 기관장,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구나 능력이 있고 요직에 가면 중요 역할을 담당해 낼 수 있다.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 군자불기, 대기만성, 적재적소는 모든 인사권자의 화두인 것이다. 넘처나는 경륜높은 일꾼들을 수용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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