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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며 ‘전해수’ 시장 개척한

人SIGHT [코로나 19, 희망은 있다]
㈜디엔디전자, 전기레인지부터 전해수까지 늘 새 시장 도전
"전해수, 세균과의 싸움 막을 방어벽 되기를"

 

어둠이 짙을수록 아주 작은 불씨도 밝은 빛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밝히려고 애쓰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있어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방역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전해수(살균소독수)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전해수 전문 기업 ㈜디엔디전자는 최근 휴먼 코로나바이러스 실험에서 100~200ppm 기준 살균효과 99.99%의 시험보고서를 얻어냈다. 전해수 제조 장치를 최초로 개발하고 도입에 앞장서 온 서순기 ㈜디엔디전자 대표를 만났다.
 
Q. ㈜디엔디전자가 전해수기에 앞서 전기레인지로 유명한 회사였다고 들었다.


“먼저 생각하고 개발해온 아이템은 전해수인데, 당시 대중들에게 살균 소독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1988년 삼성연구원을 퇴사하고 전기레인지를 개발해 만들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가스레인지는 사용 시 폭발 사고라든지 위험한 부분이 있지만, 전기레인지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가스도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서순기 대표는 전기레인지 개발 당시를 떠올리며 “남들이 안 가는 길을 먼저 간다는 게 참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자료를 들고 뛰어다니며 대중을 설득하고 전기레인지 시장을 개척했지만,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후발주자들이 겪지 않아도 될 어려운 일들을 겪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Q. 어떻게 전해수 개발을 시작했고, 일본으로 기술 이전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1981년부터 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60건 이상의 특허를 내 왔다. 삼성연구원에 다닐 때 물에 대한 연구를 했고, 미국 바이어와 대화하던 와중 전기 분해로 살균을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전해수에 대한 인식이 없던 때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1994년 일본의 한 기업 사장이 O-157 대장균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하더라. 농담처럼 전해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바로 이 기술을 쓰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그때만 하더라도 일본은 당시 기술력으로 굉장히 앞서 있던 나라인데, 그곳에서 높은 급여와 주거까지 약속하면서 데려가기에 꽤나 얼떨떨했다(웃음). 그래서 1년 6개월 정도 미야자키를 오가며 기술 개발을 했다.”

 

디엔디전자의 전해살균수제조장치 ‘나오크린’은 소금과 물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전기분해를 통해 차아염소산나트륨수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전해살균수는 염소 잔류가 적으면서도 대장균, 살모넬라균, 조류독감 바이러스 등 각종 바이러스를 살균하는 효과가 있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지난 2006년 나오크린 기기를 주방용품 일체 살균소독용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 8천여 곳과 정부 기관에 설치되어 있다.
 

Q. 다양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수출 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미국, 덴마크, 스웨덴, 터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에 현재 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많이 받아 협상은 어렵지 않은데,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에 맞게 국제 규격과 인증을 받아야 해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이면 EN표준에서 요구하는 CE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인증을 받다 보면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비용이 든다.

다만 수출을 위해 여러 국제 규격을 갖고 있다 보니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사업에 도움이 되는 일이 많았다. 화장품 회사 등에서 소독제 등을 만들 때, 국제 규격을 가진 우리 회사의 살균소독수를 활용한 OEM 주문 생산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여러모로 우리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엔디전자와 서순기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온 사회가 진통을 겪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사내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감춰진 기술들이 많이 발견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염소 소독 수돗물로 60억 인구의 건강을 지켜왔듯이, 앞으로 전해수가 세균과의 싸움을 막아줄 수 있는 방어벽이 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태어나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서 대표는 인터뷰 도중 전해수의 살균소독 효력에 대한 실험 결과가 담긴 연구 보고서들을 당당하게 내밀었다. 스스로도 ‘맨땅에 헤딩’이라고 할 만큼 불모지였던 시장을 기술 하나로 개척해온 서 대표의 자부심과 그동안의 노력이 엿보였다. 모든 것이 ‘미정’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40년 가까이 뚝심 있게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새로운 분야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프론티어 정신이야말로 빛을 발하지 않을까.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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