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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의시대, 사회적경제]접경지, 통일사회적경제특구로 지정을

 

“학습됐을 법도 한데, 그게 쉽지 않네요.”


날카로운 폭발음과 함께 4층 콘크리트 건물이 힘없이 내려앉았다. 2018년 세계인의 주목과 기대 속에 진행됐던 4·27 판문점 선언과 그 상징으로 여겨졌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년여 만에 파국을 맞는 모양새다.


잊힐만하면 반복되는 남북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접경 지역주민들이다. 일상생활 제한으로 겪는 불편함을 넘어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준전시 상황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와 염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간단한 이삿짐을 머리맡에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동향에 가슴 졸이는 이들에게 정상적인 삶터로의 복귀는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사건 직후, 경기도는 경기 북부 접경 지역 5개 시군을 대상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위한 관계자 출입은 물론 관련 물품의 준비, 운반, 살포, 사용 등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더불어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경기도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41조를 강조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배치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실제 형사 입건이 이뤄지면 치열한 법리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우선 기존 정부 주도 접경 지역 관리 방식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탈피해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이들이 관리의 주체가 되는 상향식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예컨대 통일 시대를 앞두고, 주민 간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지역사회를 관리하고, 활성화하는 ‘통일사회적경제 특구’ 지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은 우호적이다. 이미 민선 7기 경기도는 365개 공약을 통해 통일경제특구 설치 유치를 천명한 바 있다. 여기에 통일경제특구 기본계획에 사회적경제기업 활성화와 관련한 다수의 공약을 녹여낼 수 있다. 공동체 돌봄, 사회적 금융, 판로 지원 등 다양한 의제를 접목할 수 있다. 예컨대 돌봄·보육 등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해 정책 분야 지역화폐 발행 비중을 높이거나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기도의 특장점을 살려 경기북부 접경지역에 들어서는 사회적경제 제조기업에 특허와 기술을 연계 및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사회적경제 내부적으론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 접경 지역 가운데 고양시, 파주시와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접경 지역 기초지자체 내 사회적경제기업을 밀착해 지원할 중간지원조직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다양성도 보완되어야 한다. 2020년 5월 기준 경기도 사회적경제기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연천군은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물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소비자 생협과 자활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접경 지역은 아니지만 연천군과 인접한 동두천시에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전쟁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접경 지역 관리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지역주민이 보다 안전하고 활기찬 삶터를 일구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민 스스로 협력과 연대를 통해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 비전을 수립하는데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담대한 상상과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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