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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의 경기돋보기] 속초 울산바위와 동자승

  • 이강석
  • 등록 2020.07.31 06:34:09
  • 인천 1면

 

강원도 속초 인근에서부터 한눈에 보이는 울산바위는 거대한 바윗덩이다. 조물주가 천하에 으뜸가는 경승을 하나 만들고 싶어 온 산의 봉우리들을 금강산으로 불러들여 심사했다고 한다. 둘레가 4km쯤 되는 울산바위는 울산을 출발하여 금강산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덩치가 커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금강산의 일원이 되지 못하였다. 울산바위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생각하고 지금의 자리에 눌러 앉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설악산을 방문한 울산부사가 이 울산바위의 전설을 듣고 신흥사를 찾아가 주지스님에게 “울산바위가 너희가 관장하는 사찰림에 와 있는데 땅세를 물지 않으니 괘씸하기 그지없다. 땅세를 내놓아라” 하였다. 그래서 매년 세를 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신흥사의 동자승이 나섰다. “이제 세금을 내지 못하겠으니 이 바위를 도로 울산 땅으로 가져가시오.” 이에 울산부사가 “이 바위를 재로 꼰 새끼로 묶어주면 가져가겠다”라고 하였다. 재로 새끼를 꼴 수 없으니 계속해서 산세를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동자승이 사람들을 모아서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 지금의 속초 시가지가 자리한 땅에 많이 자라던 풀로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를 동여맨 뒤에 그 새끼를 불로 태워 꼰 새끼처럼 만들었다. 그래서 울산부사는 이 바위를 가져갈 수가 없었고 세금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그 후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의 지역을 한자로 ‘묶을 속(束)’, ‘풀 초(草)’ 자를 써서 속초라고 부르게 되었다.

 

비슷한 스토리가 또 있다. 재산을 빼앗으려는 원님을 상대해서 멋지게 승리한 아들의 이야기다. 어느 겨울날에 원님이 아버지를 불러들여 딸기를 구해오면 재산을 바치지 않아도 된다는 제안을 하였다. 아버지와 원님간의 상황을 이해한 아들이 원님에게 가서 고한다. 아버지가 딸기를 따러 산에 갔다가 뱀에 물려 위독하다. 원님이 말했다. “이 겨울에 뱀에게 물렸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느냐?” “그럼 원님은 이 겨울에 딸기를 딸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종종 이미 정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특히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법과 조례에 의해 안된다고 설명하곤 한다. 3년 고개에서 넘어져 3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 걱정하고 병석에 누운 시아버지에게 10번 넘어지면 30년을 더 사실 것이라 조언을 한 며느리 이야기가 있다.

 

조사자가 “받은 선물을 돌려주셨다면서요”라고 말하자 “네”라고 답하자 받은 사실이 있다는 전제로 조사가 진행된다. 방송에서 본 대화기법 강의에서 ‘번역기’를 돌리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백화점에서 아내가 “이 옷 예쁘다”고 남편에게 말하면 “사 달라”는 말로 번역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남편을 위하는 아내는 반드시 신랑과 마트에 동행해야 한단다. 남편이 사자고 하는 채소를 사야하는 이유는 무의식 속에서도 인간은 몸이 원하는 식재료를 보면 사고 싶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레시피가 어려워도 남편이 집은 야채를 사서 오늘 저녁에 조리해 주셔야 한다. 조리법이 복잡하면 그냥 날것으로 먹여도 될 일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CEO도 사원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게하여야 한다. 사원들의 다양한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견하고 신장시키는 업무가 CEO 임무의 대부분인 기업은 흥한다. 관리형 CEO를 원하는 대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사의 지시사항을 처리하는데만 집중하는 부서가 발전적이라고 평가받을 수 없고,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부서라야 미래지향적이다.

 

생선장수 광주리에서 큰 생선이 나가면 다음 생선이 큰 생선이 된다. 큰 소가 나가면 작은 소가 농사일을 한다고 옛날 어르신들이 말한다. 결국 누구나 열성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좋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공무원 인사발령을 보면 참으로 적재적소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제는 대형 사찰의 주지스님도 창의적인 동자승이 전면에 나서도록 자신의 묶은 지팡이를 내려놓아야 할 때다. 잔소리를 퍼붓는 모든 기관장들도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기를 앙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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