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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말조심

 

친구를 만났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할 말이 많았다. 본래 말이란 하다 보면 자꾸 말이 말을 끌고 나온다. 말의 생리가 본래 그러하다. 그 친구도 나도 지나간 얘기와 현재의 처지를 너무 많이 주고받았다.

 

좁은 커피숍에서 두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말을 할 때는 몰랐지만 그녀도 나도 자신을 치켜세우는데 정신이 나가 있었다. 허풍도 있었고 과장도 있었다. 그런데 왠지 씁쓸하다. 돌아가는 그 친구의 가슴이 어떠할까? 나의 위선을 덮어줄까? 나도 그 친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옛말에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없다고 했다. 그 위에 말은 한 번 내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문득 우화 하나가 떠오른다.

 

한 무리의 개구리들이 숲속으로 소풍을 나왔다. 즐겁게 숲속을 뛰놀다가 그 중 개구리 두 마리가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이를 본 개구리들이 그 깊은 웅덩이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웅덩이에 빠진 두 마리 개구리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죽었어. 이젠 못 올라와. 그 안에서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두 마리 개구리는 이들의 말을 무시하고 죽을힘을 다해 웅덩이 속을 뛰어올랐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여전히 외쳤다. “못 올라와. 너희들은 죽었어!” “차라리 포기해.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마침내 기진맥진한 두 마리 개구리 중 한 마리가 뛰어오르기를 포기했다. 그는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런데 다른 한 마리 개구리는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웅덩이 속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개구리들이 또 외쳤다. “너도 죽었어. 포기해!” 그런데도 그 개구리는 계속 그 깊은 웅덩이 속을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깊은 웅덩이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개구리들이 물었다. “너 우리가 외치는 소리 못 들었어?” “응. 난 귀머거리야.” 그 개구리는 다른 개구리들이 자신을 기운 내라고 격려하는 소리로 들었던 것입니다.

 

이 우화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 첫째는 죽고 삶이 한 치 혀끝에 달렸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어떤 사람은 가던 길을 주저앉을 수가 있고 또 격려의 한 마디가 절망에 빠진 사람을 건져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세 치 혀가 자못 한 사람의 생을 뺏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들어서 기분이 좋지 못한 말은 남이 들어도 역시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말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말들을 주고받는다.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화살이 되어 꽂힐 수도 있고 또 당신이 던진 말 한마디로 절망의 수렁에 빠진 사람이 힘을 얻고 일어설 수도 있다.

 

그것이 말이 가진 힘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당신이 던진 그 말 한마디로 혹자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살 수도 있음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웅덩이에 빠진 개구리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는 절대 우물 밖으로 못 나온다는 말을 듣고 ‘나는 웅덩이 밖으로 나갈 능력이 없구나’라고 낙담을 하고 다시 도전할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마리는 그 말이 기운을 내라는 격려의 소리로 듣고 필사의 노력 끝에 웅덩이 밖을 나왔다. 그렇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필요한 지혜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는 당신의 자유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가 때로는 비수가 되고 때로는 하늘과 같은 은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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