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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명함

 

공무원 6급 때 처음으로 명함이 나왔다. 1991년 인재개발원 6급 교관요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강사섭외나 외부인사를 접견할때 자신을 소개하고 연락처를 드려야 하므로 이 부서의 오랜 전통이라며 명함 3갑을 새겨준 것이다. 이후 명함을 만들때에는 부서 발령일을 명함 제작일로 새겨넣었다.

 

최근에 꺼내보니 당시의 지역번호 0331이 나오고 삐삐번호가 있다. 그리고 삐삐라는 것이 신기한 물건이었다. 전화를 걸고 삐삐가 울리면 연락받을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면 상대편 기기에 이 번호가 뜨는 것이다. 그럼 나에게 긴급히 연락을 하라는 메시지로 알고 인근의 공중전화에서 통화했다. 양방향은 아니지만 급할때 요긴하게 쓰이던 통신 수단이었다. 그시절 ‘삐삐 받고 전화하였는데 통화중’이라는 조크가 생겨났다. 전화를 걸라하고 다른이와 통화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삐삐는 3년정도 번성하다 사라지고 시티폰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이 전화기도 일방향이다. 회사동료나 가족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기만 하는 일종의 족쇄라 비난했다. 삐삐보다 훨씬 발전한 시스템이었지만 PCS가 나오면서 이 또한 세 돌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후 011, 019, 017, 018 등 번호가 나오고 어느 전화기로 간첩선을 신고했다 해서 바닷가나 배낚시, 연안을 항해하는 선원들이 애용했다고 했다. 일종의 마케팅전략인가 생각했다. 이제는 안방에서 건너방 아이들에게 저녁밥 먹으라고 문자를 보내고 카톡대화를 한다.

 

명함에서 삐삐번호가 사라지고 주소가 없어지고 집 전화번호, 회사번호가 지워진다. 이름 다음에 큰 글자로 010을 새기고 홈페이지와 자신의 애용 E-Mail을 알려준다. 아마도 새로운 어플이 생겨나면 처음 만난 사람끼리 전화기를 마주하면 서로의 모바일 명함이 가고 들어올 판이다. 그뿐 아니라 전화기는 더이상 전화기가 아닌 것이다. 궁서체 한자를 세워쓰기한 명함은 골동품이 되었다. 한자 四拾五(사십오)는 아라비아 45로 스캔되지 않으니 IT시대에는 걸맞지 않다. 한때는 아파트 동호수까지 적었던 명함은 단순해졌다. 앞으로는 명함도 종이에서 전자로 넘어갈 판이다. /전 남양주부시장 이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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